외로워서 그랬어요 - 열일곱을 위한 청춘 상담, 2011년 문광부 우수문학도서
문경보 지음 / 샨티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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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은 왜 늑대가 왔다고 거짓말을 했을까요?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도 그 친구에게 지혜와 용기가 있어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거기다 목동이라는 직업까지 갖고 있으니 생활력까지 갖춘 친구인데, 그런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반복해서 했을까요? 어쩌면 외로움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산 위에서 긴긴 시간 홀로 보내야 하는 그 외로움 말예요. 허겁지겁 산으로 달려간 마을 사람들 중에는 어른도 많았을 텐데, 왜 양치기 소년의 미음을 헤아려서 등을 다독거려주지도, 따스한 위로의 말 한 마디 건네주지도, 아니면 우스갯소리라도 한 자락 풀어내 주지 못했을까요? 무엇 때문에 거짓말하는 건 나쁘다는 도덕의 잣대만 날카롭게 들이대며 버럭버럭 화만 냈을까요? 그것은 올바름에 대해 가르치려는 마음보다는 자신들의 손상된 자존심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을까요? 결국 그 때문에 양치기 소년은 무서운 살육 상황 속에 혼자 남게 되었죠. 과연 그 양치기 소년에게 외로움과 함께 공포감과 좌절감,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분노까지 품게 만든 것은 누구일까요? 마땅히 양치기 소년 혼자서 모두 치러야 할 대가였을까요? -21쪽

사람이 살고 죽는 건 어쩌면 신의 영역이겠지. 그런데 신의 결정에+는 생각해. 그건 신을 울리는 거야 신을 울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이라고 나는 믿는다.

-57쪽

한솔아,아버지가 편찮으신 걸 친구들이 아는 게 싫다고 했지? 아버지가 편찮으신 게 부끄러운 일이니? 다른 친구들이 너를 염려하는 것이 잘못일이야? 동정받는 것이 부끄러워서,그러니까 너의 자존심 때문에 아버지가 아픈 것이 무슨 잘못이라도 타는 것처럼 친구들에게 비밀로 히는 널 보면 아버지 마음은 어떠실까? 내가 한솔이 아버지라면 한솔이에게 무척 미안할 것 같다. 괜히 내 몸이 아파서 자식이 학교에서 주눅 들어 지내게 한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더 힘들어하실 것 같아.

-58쪽

"십 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십 년이 지나면 강산을 바라보는 눈이 변한다"는 말로 새겨도 될 것이다.

-85쪽

새끼들 중 처음으로 엄마 배를 열고 세상에 나오느라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젖을 빨 힘조차 없는 아기 돼지, 그 아기 돼지와 같은 첫째들을 '무녀리’라고 부른다. 무녀리들, 그러니까 첫째들은 세상을 개혁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를 헤쳐 나가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버겁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무녀리는 '말이나 행동이 좀 모자라 보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원래 뜻과는 좀 다른 뜻으로 쓰이는지도 모르겠다.

-101쪽

진수가 쓴 글은 짧았다. 글씨는 당연히 엉망이었다. 그러나 그 엉망인 글씨를 쓰기 위해 뇌성마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진수가, 손을 사용하기가 부자연스러운 진수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나는 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저를 평범한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이렇게 평범하게 키우기 위해서 얼마나 힘드셨어요? 할머니, 감사합니다."

-110쪽

무엇보다도 ‘영빈이에 관한 것’보다 ‘영빈이 자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모님 또한 정말 좋은 부모님이십니다. 세상에는 ‘자식’보다 ‘자식에 관한 것’에 더 신경을 쓴 나머지 자식들에게 아픔을 주는 부모님이 많으시거든요.

-119쪽

"아들! 울지 마! 난 네가 담배보다 소중해. 왜 담배 때문에 우리 아들이 울어야 해? 괜찮아. 울지 마. 엄마 괜찮아!"

-141쪽

죄인과 해결사
베드로가 말합니다. "예수님을 만난 것을 기적으로 생각하냐구요? 아니요. 그건 선물이죠. 기적은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는데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한 것이죠. 그건 물고기 잡는 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거든요. 내 능력과 내 지혜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도 없는 일, 우리 가족이 굶어죽을지도 모를 일, 정말 무섭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런데 그 사건이 나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했어요. 어두운 절망의 바다, 물고기 한 마리 없는 빈 그물이 나를 세상을 향해 진리를 외치는 사람이 되게 했어요. 그게 기적이에요. 그리고 그날 이후 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그 뒤에 숨은 선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기적의 의미는 생각보다 더 깊은 거예요. 그 기적의 의미를 깨닫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요. 지금 당신에게 그 말을 해주고 싶어요."- 김형갑 목사(필리핀 선교사)의 설교 중에서
-146쪽

저는 제 아들들이, 그리고 여기에 앉아 있는 노민이 친구들이 모두 앞으로 더 건강하고 물질적으로도 여유 있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오로지 부모님 때문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들들의 등에서 히말라야 산을 오른 것보다 더 큰 기쁨을 누린 것처럼, 여러분 자체로 우리 부모들은 이미 충분히 부자가 되어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우리 부모들에겐 최고의 보석이니까요. 그러니까 여러분의 행복을 위해서 건강한 부자들이 되기 바랍니다.

-150쪽

어머니,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벌판을 달려가다가 우뚝 서서 뒤를 향해 손짓을 하는 풍습이 있다고 하대요. 몸이 너무 빨리 달려서 마음이 미처 따라오지 못할까봐 마음을 기다리며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는 거래요.

-183쪽

사람이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법인데, 오늘날 청소년들은 사람은 보지 않고 오로지 목표만 바라보며 달려가도록 교육받아 왔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스무 살이 된 이후에도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기보디는 다시 각종 자격증이나 고시 뒤로 숨는다. 그러나 고시에 합격하고 자격증을 취득해도 그들이 만나게 되는 것은 또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그래서 그들은 여전히 어색하고 어려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사물‘로 대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처리해야 할 한 가지 일’로만 보게 된다. 이때 문제는 본인도 하나의 사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참으로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느끼는 그 황홀하고 아름다운 감정들을 겪어보지 못하고 우울함과 건조함 속에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가여운 일인가!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는 지혜로운 말이 자꾸만 귓전에 맴도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185쪽

그리고 용이 되겠다고 했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다른 식구들을 무시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구나. 왜 네가 출세해야 너의 가족이 행복해질질 수 있다고 생각해? 가족들은 모두 각자의 몫이 있는 거야. 그게 가족이고 식구야. 어쩌다가 그럴 때가 있긴 하지만 한 사람이 다른 사람 짐 다 지고 가는 건 가족이 아니야.

-194쪽

아! 그리고 혹시 지렁이를 ‘토룡土龍’이라고, 그러니까 ‘땅에 사는 용’이라고 부르는 거 알고 있어? 지렁이가 흙을 먹고 그 속에 있는 양분을 섭취한 뒤 다시 배설한 흙은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거 너도 알지? 가만히 생각해 봐. 지렁이는 그저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 지렁이를 흙 속에서 살아가는 ‘용’으로 대접하잖아? 나는 네가 진짜 용이 되고 싶으면 토룡이 되었으면 싶다. 자기도 배부르면서 남도 배부르게 해주고, 옆에 있는 이들이 주눅 들지 않으면서도 고마워할 수 있는 토룡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런 토룡 같은 사람이야말로 나는 '성자’라고 생각해. 나는 경한이가 외로운 영웅이 되기보다는 즐거운 성자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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