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20세기엔 남보다 1.2배 똑똑하면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어요. 이젠 시대가 달라졌죠. 더 똑똑한 것 대신 다른 사람 100명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해요. 자신이 아는 것을 개방하고 공유하고 협동해야만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경쟁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에요. 경쟁을 붙이는 방법으로 20세기가 굴러왔다면 지금 펼쳐진 문제들은 그런 경쟁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지금 교육은 그런 부분을 받쳐줄 수 있을까요? 지금 교육 당국이 잘못하고 있는 게 그겁니다. 시대착오적 방법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어서 걱정되는 부분이 많아요. 모두 장미가 되라고 닦달하면서, 더 빨간 장미가 되라고 닦달해요. -78쪽
고현정
나 상당히 괜찮다니까. 그러니까 우리 결혼하자. -싫어. 난 솔직히 누나 같은 스타일은 별로예요. 조금만 더 생각해 봐. 네 인생에 이런 ‘elf'이 없어. 우리가 만나서 술만 마셔서 그래. 네가 못 본 나의 또 다른 모습이 있어. 아주 매력적인...... -97쪽
내가 안 돼 보이는 이유는 간단해. 빈 맥주 깡통이 차오르는데 그걸 버려줄 남자가 없어서야. -비담 같은 남자가 있어야 하나? 비담까지도 안 바라. 칠숙이 편해. 칠숙. -102쪽
-민감하긴 한데, 아이들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하기 힘들 것 같아요? 그건 그 아이들 몫이야. 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건강하게 태어났고 부족함 없이 잘 자라고 있잖아. 단 한 가지, 엄마가 가까이서 키워주지 못한다는 결핍이 있는 거지. 그런데 그건 그 아이들 운명이잖아. 훨씬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난 그 아이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엄살을 안 떨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나 역시 나중에 아이들을 만나더라도 ‘아이고 내 새끼야’ 이러면서 울고불고 하지는 않을 거야. 어떻게 지냈는지, 관심사와 고민거리는 뭔지 쿨하게 물어보겠다는 마음이 들어. 애들보다 난 부모님에게 더 죄송한 마음이 들어. 결혼해서 애 낳고 해로하는 것을 정상이라고 알고 계씬 분들 앞에서 난 이상한 짓을 한 거잖아.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부모님은 그것에 대해 죄의식 같은 것을 갖고 계시는 것 같아. -104쪽
남경필
한나라당의 현재 모습은 꼴통, 가짜 보수의 성격이 혼재돼 있어요. 진짜 보수가 되려면 군대 가고, 세금 제대로 내고, 사회에 봉사하고, 법치를 하고. 기본을 해야죠. 우리가 먼저 법을 지켜야 국민에게도 법을 말할 수 있는 거죠. 한나라당을 변화시키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를 변화시키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해요.
-148쪽
루스벨트는 굉장한 정치명문가에서 태어났는데도 사회 양극화 해소하는 일에 온 힘을 쏟아 대공황 이후 4선을 하며 중산층을 일으켰죠. 당시 세율이 80% 가까이 돼요. 최고 기득권층에서 태어난 사람이 부자들이나 기득권층에게 무거운 도덕적 인내를 요구했고 그 힘으로 미국이 통합된 거죠. 사람들은 나더러 은수저 물고 태어난 거 아니냐고 해요. 인정합니다. 중요한 건 그 은수저로 나만 퍼먹고 살 것인지, 그걸 남들과 나누는 데 쓰는지 이 차이죠. 후자의 생각으로 살고 싶어요.
-149쪽
안희정
-정의가 뭘까요? 강한 사람을 바르게 하기 위해, 약한 사람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필요한 도구인 거죠. -165쪽
-그럼, 우리가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거죠? 겨울이죠. 그렇지만 겨울이야말로 생명이 싹트는 계절이에요. 어릴 때 어머니가 밀가루를 치대서 칼국수를 만드는데 그만하고 끓이면 좋겠다 싶은데도 자꾸 비벼 치대기를 반복해요. 그럴수록 칼국수의 면발이 쫄깃해져요. 전 그 칼국수의 면발이 역사가 전진하는 방법 같아요. 지금은 치대고 있지만 이 자체로 전진이죠. 태양만이 역사를 전진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166쪽
조정래
-그런데 선생님, 민족주의라면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될 때도 있습니다. 강대국들이 약한 나라의 정신무장을 해체시키기 위해 무조건 민족주의를 부정하고 폄훼하죠. 민족주의를 매도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19세기에 약소국에 가서 국토를 강탈했다면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는 자본을 강탈하죠. 세계화? 좋아요. 그런데 그 세계화란 것이 강대국이 중/후진국에 들어가 맘대로 돈을 빼가는 돈놀이에요. 우리가 흥청망청 바보짓하며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그 대가는 정말 톡톡히 치렀지요. 유학 다녀온 사람들이 강대국의 논리를 그대로 앵무새처럼 떠들어대는데 정신 차려야죠. -194쪽
문용식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 고용 창출, 세금 납부예요. 그런데 대기업은 그 두 가지를 제대로 안 합니다. 돈만 벌면 되니까 정규직을 갈수록 줄여요. 또 탈세해서 조사만 하면 비자금이 수조 원씩 나와요. 그래놓고 사회봉사 한다며 생색내요. 기부 안 해도 좋으니까 세금이나 제대로 내라고 하고 싶어요. -266쪽
미국의 구글이나 애플이 건설, 식품을 하나요? 대기업이 통 크게 해야지 구멍가게와 경쟁하는 건 너무 쪼잔한 것 아닌가요? 또 대기업이 자기들이 잘나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잖아요. 군사정권이 얼마나 대기업을 보호해 줬나요? 노동조합 못 만들게 하고, 저임금으로 착취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런 국민들의 희생 위에서 성장한 것이 대기업이거든요. 제가 보기에 대한민국에서 공무원, 공기업, 수출대기업은 이미 특권층이에요. 상위 10%를 차지하죠.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대기업의 마른 수건 짜내기 전략으로 늘 미래가 불안해요. 그러니 연구개발은 어림도 없죠. 경영자들이 이럴진대 종사자는 말할 것도 없죠. 영세 상인은 망해가고 청년백수가 양산되죠. 정말 불안한 사회가 된 거예요. 상위 10%만 OECD 동종업종보다 높은 소득을 받고 나머지는 모두 불안하고 어렵죠. 이런 사회가 오래 갈 수 있을까요? 더 큰 불행이 오기 전에 가진 것을 내놓고 나누어야 해요. -267쪽
신영복
-선생님이 언제나 ‘창살 아래 내가 묶인 곳...’ 하시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어요. 제가 노래 없이 20년 세월을 살았잖아요. 독방에서 지내며 허밍하는 수준이었죠. 그런데 사람들이 꼭 짓궂게도 그 노래를 원해요. 더 이상 창살 아래 묶여 있기 싫은데...... -287쪽
-그런데 선생님.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길게 봐야죠. 사회 변화는 국가 권력을 탈취하면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공유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나치스 독일과 프롤레타리아 독재 러시아가 있는데 그건 아니라는 걸 보여줬죠. 결국 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아주 다양한 수위의 수많은 실천, 꾸준하고 부단한 참여, 오케스트라처럼 수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다양한 노력이 결집되어야 해요. -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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