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외투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30
데미 글.그림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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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고른 책이었는데, 그림을 펼쳐보니 내가 이미 구입한 책 같았다.
사두고서 미처 읽지 못한 책. 아니나 다를까.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정말 이미 구매한 책이다. 그래서 40자 평으로 쓰려던 걸 기념(?)으로 포토리뷰로 바꿔버렸다.

터키의 옛 이야기인데, 이야기야 지극히 교훈적이어서 남달리 할 말이 없지만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나스레틴 호카는 13세기에 살았던 터키의 민중 철학자이자 재담꾼이었다.

그림을 보자. 머리에 큼직한 터번을 둘르고 기우고 기워서 너덜너덜해진 외투를 입고 있는 호카. 그렇지만 기운 자국이 아니라 금빛 무늬처럼 보인다.
발그레한 표정이 인상 깊은데 야동순재가 떠오르는 얼굴빛이랄까.

카라반들이 머무는 여관 안에서 고삐 풀린 염소가 소동을 피우자 사과 조각으로 유인해서 염소를 잡아주는 호카.

그 바람에 초대 받은 잔치에 늦어버린 호카는 옷을 채 갈아입지도 못하고 누덕누덕 더러운 외투를 입은 채 잔치 집으로 갔다. 지저분한 옷도 문제지만 염소 냄새까지 배어서 사람들이 모두 대놓고 박대한다. 초대한 주인장도 얼마나 난처했을까. 조금만 센스 있는 사람이었다면 자기 옷이라도 내줘서 다른 손님들에게 대놓고 따 당하지 않게 했을 텐데, 주인도 그럴 정신이 없다.
이야기에도 끼지 못하고 음식조차도 내주질 않았다. 그렇다. 하인들마저도 박대한 것이다. 이래서 입은 거지가 음식을 얻어먹는다고 했던가.

호카는 살그머니 밖으로 빠져나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향기 나는 비누 단지를 통째로 욕조에 쏟아 반짝반짝 빛이 나도록 몸을 닦았고,
새 구두에 새 터번, 그리고 새 외투도 걸쳤다.
저 상기된 얼굴을 보라지. 새 옷을 입었는데 성형수술을 한 것처럼 환골탈태했다.

다시 잔치집으로 행차한 호카.
이제 누구라고 그를 박대할 것인가.
모두의 환대를 받으며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버린 호카.

그런데 본인 앞에 잔뜩 차려진 음식물을 호카는 입이 아닌 외투 안으로 집어넣는 게 아닌가!
모인 사람들은 다시 경악하고 말았다.
독자도 같이 경악! 저 좋은 옷이 다 버리고 말겠네. 어이쿠!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교훈!
이 책의 제목을 확인하시라. '배고픈 외투' 되시겠다.
누덕누덕 기운 옷차림일 때는 문전박대 수준이었는데, 이제 잘 차려입은 옷으로 찾아오니 이리 환대할 수가!
그러니 초대 받은 것은 호카가 아닌 이 외투가 아니겠는가.
배고픈 외투에 음식 투척!
모인 사람들이 뻘쭘해질 차례.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오래도록 전해져 온 옛 이야기. 우중충한 분위기로 끝날 수 없다. 한 차례 멋진 명언을 남기며 들썩들썩 다시 신나는 분위기로 변신시키는 재주 많은 호카!
이러니 사람들이 그를 '스승'으로 여겼을 테지. 그의 이름은 '스승'이란 뜻!

이 작품을 쓰고 그린 데미는 '빈 화분'으로 이미 만난 작가인데, 빈 화분보다 이쪽이 그림이 더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 다른 작품을 더 찾아보고 싶게끔 만드는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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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1-1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아주 수준 높은 교훈이군요!^^
터키 말로 호카가 스승이란 뜻이라니, 외국어 하나 배웠네요.ㅋㅋ

마노아 2010-11-17 00:07   좋아요 0 | URL
예전에 소설 쓸 때 외국어 이름이 필요해서 교보에서 터키 사전을 들춰봤어요.
발음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루즈가'란 이름에 '바람'이란 뜻이 있어서 등장 인물의 이름으로 사용했지요. 이제 '호카'라는 말도 알게 되었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