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이네 반 아이들이 퀴즈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태연과 말자는 퀴즈에는 관심도 없이 계속해서 실랑이 중이다. 말자, 태연의 어깨를 자꾸만 툭툭 때린다. 태연, 왜 자꾸 패냐고 작은 소리로 화를 낸다.
“자, 이번 문제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휴대폰에 관한 거에요. 요즘 광고에도 많이 나오는…”
급기야 폭발해버린 태연. 큰 소리로 신경질을 부린다.
“아, 왜 자꾸 패! 와이(why) 패냐고, 와이 패에~~~!!!”
“맞았어요! 와이파이(Wi-Fi)가 정답이에요. 우리 태연이 대단한데? 문제를 다 듣기도 전에 답을 맞추다니. 우리 모두 태연이에게 박수~”
태연, 영문도 모른 채 그냥 헤벌쩍 기분이 좋다.
집에 오자마자 아빠에게 오늘 있었던 영웅담을 늘어놓느라 정신이 없는 태연. 그러나 아빠는 그저 한심하다는 표정이다.
“와이파이가 뭔 줄은 아냐? 아니, 와이파이랑 3G(쓰리지)의 차이는 아는 거야?”
“쓰리지? 아이 참, 아빠. 그걸 왜 몰라요. 와이 패, 왜 패냐, 니가 자꾸 그렇게 패니까 쓰리지 않냐. 쓰리니까 그만 패라. 그런 얘기잖아요.”
아빠, 딸의 무식함에 뒷목 잡고 쓰러질 지경이다.
“태연아, 제발 부탁이니까 공부 좀 하자. 명색이 과학자 딸인데, 이리도 무식하면 되겠냐? 지금부터 아빠가 하는 말 잘 들어봐. Wi-Fi는 Wireless Fidelity의 약자인데, 해석하자면 ‘근거리 무선 데이터 통신망’을 말하는 거란다. 무선접속장치(AP·Access Point)가 설치된 곳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 안 즉 ‘와이파이존(Wi-Fi zone)’에 있으면 공짜로, 그것도 빠르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이용해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거지.”
“아, 와이파이는 공짜구나. 근데 쓰리지는 또 뭐예요? 속이 왜 쓰린데요?”
아빠,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아이고, 속 터져. 3G는 이동통신사 기지국의 안테나를 이용해서, 다시 말해서 전화망을 이용해서 인터넷을 쓰는 거야. 전화망을 쓰니까 당연히 전화요금을 내야겠지. 간단히 인터넷 검색 정도 하는 건 비용이 많이 안 들지만 지속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는 인터넷 동영상 시청 같은 걸 하면 상당히 많은 돈을 내야 한단다. 대신에 와이파이존이 아니어도, 휴대전화가 뚫리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아!! 뭐가 이렇게 어려워. 그러니까 와이파이는 특정한 지역에서만 쓸 수 있지만 대신 빠르고 돈이 안 든다, 그리고 3G는 어지간한 곳에서는 다 쓸 수 있는데 대신 돈을 내야 한다. 이거잖아요. 안 그래요? 돈 내니까 속이 하도 쓰려서 이름을 3G(쓰리지)라고 한 건가?”
“허걱, 그 어려운 얘기를 어쩜 이렇게 정확 명료하게 정리를 할 수 있지? 너, 넌... 머리가 나쁜 게 아니었던 게야?”
“아빠는 정말 날 우습게 보더라. 제가 나름 천재기질이 다분 하걸랑요!”
“알았어, 인정. 그럼 이 참에 조금 더 얘기해줄게.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지? 와이파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란다. 우리나라 와이파이존 보유 규모는 미국, 중국, 영국 등에 이어 세계 7위지만 인구대비로 따지면 세계 1위야. 철도역, 호텔, 백화점, 대학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대부분 와이파이존이 돼 가고 있지. 그만큼 스마트폰도 많이 보급돼 있다는 얘기고. 또 최근에는 유료인 3G망 신호를 잡아서 무료로 쓸 수 있는 와이파이 신호로 전환해 주는 휴대형 공유기도 출시됐단다. 특정 요금제를 사용하면 3G 통신 요금을 무제한으로 쓰게 해주는 통신회사도 있고 말야.”
“그럼 곧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오겠네요? 이걸 뭐라고 하던데…. 유비커? 아닌가, 유비코? 유비코딱지?”
“유비쿼터스!! 에고, 단어를 좀 정확히 알면 안 되겠니? 어쨌거나, 와이파이나 3G의 발달로 곧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세상이 오게 되는 건 맞단다. 핸드폰은 물론 자동차, 디지털카메라, 심지어는 집에 있는 가스레인지와도 시간 공간 구애 없이 연결될 수 있는 세상 말이야. 그렇게 되면 굳이 회사에 가지 않고 집이나 기차, 버스 같은 곳에서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스마트워크가 가능해지겠지. 얼마 전에는 10명 중 3명 정도는 회사가 아닌 곳에서 스마트워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나라에서도 발표를 했단다.”
순간, 태연의 눈이 왕방울만큼 커졌다.
“에에엥? 정말요? 나라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발표했다고요? 그럼 아빠도 집에서 근무할 수 있겠네요?”
“뭐, 안될 것도 없겠지.”
“와, 만세, 만세!!! 그럼 저도 학교 안 가고 집에서 스마트공부 할래요. 하루 놀다가 선생님께서 스마트폰으로 수업하자고 하시면 아빠가 대신 공부해주시면 되잖아요. 아싸, 유비코딱지 세상 만세!!”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