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아내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6
아카바 수에키치 그림, 아가와 수미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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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갚는 동물의 이야기는 나라마다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은혜 갚은 '학' 이야기가 나오듯이 일본에선 '두루미 아내'가 주인공이다.
표지 그림을 찍어보았다. 단번에 일본의 전통 느낌이 드는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해 하고 있는 '죽도 사무라이'의 그림 느낌이랄까.

표지를 넘겼을 때 나오는 그림이다.
판화 기법으로 찍은 게 아닐까 싶다.
인상적인 시작이다.

눈 내리는 두메 마을에 살고 있는 가난한 청년 요헤이.
어느날 화살에 맞아 괴로워하고 있는 두루미 한 마리를 발견,
화살을 뽑고 정성껏 간호해 주었다.
그리고 그 날 밤늦게 요헤이네 집 문을 두드리는 아리따운 아가씨.
대뜸 이렇게 요구한다.
"저를 아내로 맞아 주세요."

아, 너무 이르다. 치료 받은 당일 날, 그것도 초면에 발부터 붙이기 전에 아내로 맞아 달라니!
우리나라 책이었다면 좀 더 시간 차를 두거나 낯을 익힌 다음 진행되었을 법한 이야기다.
작가님이 마음이 급하셨거나, 그것이 일본 스타일이거나...

암튼 각설하고!
가난한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기 위해 베 한 필을 짜낸 아내.
사흘 밤낮을 마시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만들어낸 베 한필.
어찌나 고상하고 아름답던지, 마을에 나가서 팔았더니 그 돈으로 한 동안 오순도순 잘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날은 가고, 돈은 바닥이 나고...
결국 아가씨는 다시 한 번 베를 짜기로 했다.
이번에도 베 짜는 동안 절대로 들여다보지 말라는 당부를 남기고.
이번에는 지난 번보다 하루 더 걸려서 나흘이나 걸렸다.
아직까지 요헤이의 눈은 탐욕에 물들지 않아 맑은 편이다.

나 어릴 적에, 이런 옛 이야기를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는 드라마로 만들었던 적이 있는데 은혜 갚는 학 아가씨로 하희라 씨가 열연을 했었다.
어딘가 피곤해 보이고 아파 보이던 눈빛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어린 눈에 그녀는 정말로 학 아가씨가 변한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또 흘렀다. 이웃 사람의 감언이설에 눈이 멀어버린 요헤이.
이제 그의 눈은 욕심과 불만으로 가득차 버렸다.
아내에게 다시 한 번 베를 짜 달라고 요구한다.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그렇게 많은 돈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아가씨.
정말, 두 사람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만 있으면 되는데, 인간이 어디 그게 되냔 말이지...

결국 다시 베를 짜게 된 아가씨.
그러나 이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도록 나오지 못하는 그녀.
호기심과 걱정을 이기지 못하고 베 짜는 모습을 들여다본 요헤이.
마침내 그녀의 비밀을 알아차렸다.
피로 물든 가여운 베 한 필. 그녀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 되어버렸다.
아담과 하와 이래로, 인간은 궁금증을 이기지 못했고 금기되어 있는 것은 꼭 깨고 말았다.
그래야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렇게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그 유혹을 이길 수 있다면 이미 인간이 아닐 것이다.
선녀와 나뭇꾼도 그러지 않았던가.

저 멀리 하늘 끝으로 날아가는 두루미 아내.
선녀 옷을 입고 떠나버린 아내를 그리며 목을 빼고 우는 닭이 된 나뭇꾼처럼,
요헤이도 눈물로 그녀를 불렀겠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그의 남은 생이 후회보다는 과한 욕심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를 깨닫고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게 잘 안 되는 게 또 인간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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