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100% 잡아낼 수 있을까? [제 1046 호/2010-03-15]



분노로 눈이 벌겋게 충혈된 아빠가 태연의 방문을 세차게 밀쳐내고 들어온다. 목소리까지 파르르 떨린다.

“태연이 너지?! 어떻게 네가 아빠의 피자빵을, 아빠가 죽도록 사랑하는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간 무지막지하게 느끼한 피자빵을, 모기바게뜨에 딱 하나 남아있던 마지막 그 빵을, 오늘 먹으려고 꽁꽁 숨겨놨던 그 소중한 빵을 훔쳐 먹냔 말이야! 아무리 딸이라도 피자빵만은 양보 못한다고 말했어, 안했어!!”

“아빠, 전 그 빵 느끼해서 안 먹어요.”

흥분한 아빠, 뭔가 생각난 듯, 창고에 들어가서 카메라, 모니터, 수많은 전선이 연결된 맥박측정기와 심장박동측정기 등을 잔뜩 들고 나와 태연에게 부착한다.

“엥? 아빠 이게 다 뭐에요?”

“비밀리에 연구해왔던 최첨단 거짓말탐지기를 너한테 처음으로 실험할 줄은 몰랐다만, 거짓말은 교육적으로 매우 나쁜 것이므로 어쩔 수가 없구나. 더구나 아빠의 피자빵을 몰래 먹은 건 세상에서 가장 나쁜 행동 중에 하나거든. 자, 이제 묻겠다. 태연이는 아빠의 피자빵을 먹었나요? 안 먹었나요?”

“정말 안 먹었다고요.”

장치들, 태연이 참말을 한 것이라고 표시된다. 약간 당황한 아빠.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긴장을 하기 때문에 자율신경계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거든. 그래서 맥박은 평소보다 빨라지고, 침샘은 마르며, 얼굴이 빨개지고, 식은땀이 흐르는 등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거짓말인지 참말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바로 폴리그래프(Polygraph) 즉 거짓말탐지기란 말씀이야. 그런데 넌 지금 거짓말을 하고도 전혀 신체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어.”

태연, 어이가 없다.

“이건 다시 말해서, 네가 거짓말에 전혀 떨지 않을 만큼 진정한 강심장이거나 아니면 거짓말을 할 때 아예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타고난 사기꾼이라는 얘긴데, 사랑하는 내 딸이 사기꾼일 리는 없으니까 곧 강심장이란 얘기구나. 어쨌든 강심장인건 좋지. 피겨의 여왕 김연아만 봐도 위기의 상황에서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강심장 아니겠니? 그럼 너도 이참에 피겨스케이팅을 한 번 배워볼래? 하긴 넌 몸매가 좀... 어렵겠구나.”

“아빠! 왜 이리 횡성수설이세요. 전 아빠가 겨우 빵 한 조각 때문에 이렇게 정신이 혼미해지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하지만 제아무리 강심장도 뇌의 활동을 분석해서 거짓말을 찾아내는 첨단기술에는 버티지 못할걸? 대표적인 것이 ‘뇌 지문감식’ 기술이야. 인간의 뇌는 익숙한 대상이나 장면에 노출됐을 때 자신도 모르게 특정 뇌파를 발생시키는데 이것을 미세전극으로 탐지하는 방법이지. 본 것을 못 봤다고 거짓말을 하면 바로 들통이 나고 마는 거야. 또 인간이 참말과 거짓말을 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서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뇌의 활동상황을 검사하는 방법도 있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미 검찰에서 이러한 장치들을 활용해서 과학수사를 하고 있단다. 하지만 100% 완벽한 기계라는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있지.”

“정말요? 뇌를 뒤져서 거짓말을 찾아내는 거네요? 아빠, 100% 완벽한 거짓말탐지기를 꼭 만들어주세요. 친구들 거짓말을 몽땅 찾아내서 선생님한테 일러 바쳐야지!!”

“그런데, 이건 정말 비밀인데 말이야. 그런 기계들보다 더 효과가 뛰어난 거짓말탐지기가 있단다. 어떤 질문을 했을 때 대답을 하는 반응시간을 측정하는 거지. 천하에 거짓말쟁이라도 거짓말을 할 때는 참말을 할 때보다 2배 가까이 반응이 늦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됐거든. 다시 말해서, 네가 무슨 질문을 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답을 못하는 친구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얘기야.”

이때, 태연과 아빠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강아지 몽몽이가 ‘끄억~’하고 트림을 한다. 곧바로 몽몽이의 입에서 풍겨오는 피자빵의 냄새. 범인은 바로 몽몽이였던 것이다! 태연, 레이저를 능가하는 강렬한 포스의 눈빛을 아빠에게 쏘아댄다.

“죄 없는 딸을 의심한 아빠를 무고죄로 엄마에게 신고하겠어요. 그리고 엄마에게 기필코!! 알려드릴 거에요. 아빠가 늘 하시는 말씀 즉 ‘비상금은 한 푼도 없다’와 ‘옛날 애인과는 손도 잡은 적 없다’는 그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을 꼭 알려드릴 거라고요!”

아빠, 순간적으로 식은땀을 주룩 흘린다.

“아, 아니 얘가 갑자기 왜 흥분하고 그럴까... 아빠가 피자빵이 아까워서 그런 건 절대로 아니고... 단지 교육적인 차원에서, 거짓말은 나쁜 거니까... 그런데 태연아, 혹시 너 용돈 필요하니?”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소리로 뜨거운 물 구분한다? 제1041 호/2010-03-15


컵에 끓는 물과 찬 물을 부을 때, 각각 소리가 다르다. 물의 온도에 따라 밀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물은 섭씨 100도에 끓기 시작해 수증기가 되면 부피가 최대로 커진다. 밀도는 부피와 반비례하기 때문에 물이 뜨거워질수록 점점 낮아진다. 반대로 섭씨 0~4℃사이의 물은 밀도가 가장 높다. 즉 부피에 비해 가벼운 뜨거운 물은 떨어지는 소리가 부드러운 반면, 무거운 찬 물은 거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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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3-17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습니다.^^
MRI 거짓말 탐지, 왠지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별 설득력이 없군요.
가령, '딸'도 평상시에 늘 봤던 피자빵이라서 '익숙해서' 뇌파가 달라질텐데, 그걸 어쨀 것인지..ㅋㅋ

마노아 2010-03-17 16:07   좋아요 0 | URL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거짓말 탐지기를 속이는 두 주인공이 나오잖아요.ㅎㅎㅎ
정말 거짓말을 진짜로 인식할 수준의 사람이라면 뇌파 변화로 파악이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이 안 되는 게 아닐까요.^^

L.SHIN 2010-03-17 19:54   좋아요 0 | URL
뇌는 컨트롤하기 나름이에요-^^

마노아 2010-03-18 00:07   좋아요 0 | URL
아, '컨트롤'이라고 하니 좀 무서워요. 오싹!!

2010-03-17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7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