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품절


철갑상어는 연어나 송어, 청어처럼 제가 태어난 강을 거슬러 올라가 산란한다. 그러나 미국을 따라잡자고 건설한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수로 하천과 바다가 오염됐고, 더욱이 카스피해로 흘러드는 볼가강 등의 하천 유역을 따라 많은 발전소가 건설되면서 철갑상어는 산란할 곳을 잃었다. 게다가 1970년대에 들어서 카스피해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다. 철갑상어는 원래 실러캔스(고생대 물고기의 한 종류)와 같은 세대로 3억 년 전에 나타난 고대어이니,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다.

-55쪽

철갑상어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 산란하지만 연어나 청어와 달리 산란 뒤에도 죽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산란을 되풀이하며 100년도 넘게 사는 장수어다. 그 때문에 산란할 수 있는 성어로 성장하기까지는 10년 혹은 그 이상 걸리기도 한다.

-56쪽

구대륙 사람들이 토마토, 감자, 옥수수 등의 식품을 알게 된 것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온 1493년 이후의 일이다. 우리에게 친근한 이 식품들이 실제로 보급된 속도는 실로 거북이 걸음보다 더뎠다.

-63쪽

토란, 참마, 마, 고구마 등 구근류가 풍부한 일본과 달리 러시아인, 아니 많은 유럽인들에게 구근류는 감자 한 종류밖에 없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감자 생산국이다. 연간 8,500만 톤으로 아시아 전체의 연간 생산량 8,200만 톤조차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66쪽

유럽 각지를 엄습한 빈번한 흉년이며 기근에도, 아무리 나쁜 기후조건에도, 아무리 척박한 토지에도 감자는 꿋꿋하게 뿌리를 내리고 많은 열매를 맺었고 영양가도 높았지만,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절대 군주들은 이 새로운 식품이야말로 오랫동안 골칫거리였던 식량문제를 해결해주리라 믿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계몽활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이것이 헛수고로 끝나자, 나중에는 보급을 위해 폭력으로 위협하는 강제 수단까지 동원했다.

-68쪽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쫓겨난 원인이 된 금단의 열매는 사과가 아니라 실은 감자였다는 것이다. 성서에 나오지 않은 음식일뿐더러, 씨로 발아하지 않고 클론 증식하는 것이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구교도들이 퍼뜨린 미신에는 이런 황당무계한 것도 있었다. 세계 최초의 감자는 마르메스 왕의 딸이 악마에 홀려 타락할 대로 타락해 죽은 무덤 위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 이 ‘악마의 열매’를 먹은 자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진다고 여겼다.

-73쪽

물론 시베리아의 농민은 아직 감자를 몰랐다. 험한 일을 모르는 유배자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손에 괭이를 쥐고 밭을 갈며, 먼 고향에서 감자를 들여와 재배했다. 이것을 널리 보급하려고 주위의 농민들을 불러 모아 요리하여 먹어 보였다. 그러나 농민들은 기분 나쁘다며 좀처럼 먹으려 들지 않았다. 물론 민주주의의 이상에 불타는 이들 데카브리스트들이 표트르 대제처럼 목을 베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리는 없다. 대신 금화를 꺼내 보이며 감자를 재배해서 먹는 자에게 주겠다고 했다. 이것은 절대적인 효과를 냈다. 그 후 감자가 이들 농민에게 금화 한 닢 이상의 실익을 가져다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리하여 감자는 급속히 시베리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75쪽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으로 건너간 초콜릿은 아직 귀중품이었고, 숲 속에서 혼자 사는 노파에게는 얻기 힘든 물품이었을 것이다. 설탕 또한 17세기까지는 상류층 사람들밖에 먹을 수 없는 귀중품으로, 약으로 대접받을 정도였다. 서민들에게는 구경도 못할 사치품에 틀림없으니, 아마도 단맛은 꿀맛이었을 테지...... 음, 슬슬 입에 군침이 돌기 시작하네. 도대체 어떤 맛이었을까, 과자로 만든 집은?

-144쪽

놀랍게도 무는 인류가 먹어온 농작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종류로,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노예들의 음식이었다고 한다. 또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폴론 신전에 제물을 올릴 때 사탕무는 은쟁반에, 무는 구리쟁반에 올렸다고 한다.
로마인이 무를 품종개량 하는 데 성공하여 그 뒤 유럽 각국 사람들의 상비 식품이 되었다. 중세기의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농민들은 수확한 무의 10분의 1을 교회 세금으로 바쳤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무는 어떤 기후 조건 아래서라도, 아무리 척박한 토양에서라도 자라고, 수확 뒤에도 장기간 저장할 수 있었으니 러시아에서는 실로 오랫동안 식탁의 주역이었다. 신대륙에서 가져온 감자가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러시아 방방곡곡에 보급되기까지 무는 주식 자리를 차지했다. <커다란 순무>는 그런 환경 속에서 태어난 것이다.
-151쪽

똑같이 생겼으나 너구리는 개 과, 오소리는 족제비 과다. 너구리는 육식성 잡식이고, 오소리도 잡식이나 기본적으로는 초식이다. 겨울잠에 들어가기 직전에는 피나 방을 두껍게 축적하여 체중이 30kg까지 나가며, 고기는 맛있고 양도 푸짐하니 사냥꾼들이 노리는 표적이 된다.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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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11-12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에 관한 책들이 무척이나 많네요.
전 음식에 관한 책은 한번도 못 읽어 본 것 같아요.^^;;
식객은 읽고 싶은데 시리즈가 너무 많구요.ㅜㅜ

마노아 2009-11-12 12:39   좋아요 0 | URL
음식 관련 만화, 영화, 책 등등... 오래도록 사랑 받는 것 같아요.
식객 시리즈는 참 좋은 책인데, 후애님이 한국에 다시 오실 때가 되면 완결이 되지 않을까요?
그때 보셔요. 스테디 셀러니까 여전히 사랑받고 있을 거예요.
원래 제일 맛있는 건 나중에 먹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