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를 흐르다 - 그림으로 남긴 이라크
손문상 그림, 김승일 글 / 바다출판사 / 2004년 10월
절판


오래 전에 찜해둔 책을 도서관에 신청해서 빌려보게 되었다.
긴장감 높았던 이라크 전이 일어난지도 벌써 수 해가 지났다.
과거의 시간이 되어버렸지만, 사실은 진행형인 흔적들, 흔적들...
손문상 화백의 그림으로 다시 한 번 들여다 보자.

(티그리스 강가에서 바그다드를 보다)

인류 초기의 수수께끼를 간직한, 문명의 시원이 열렸던 땅 메소포타미아.

수십 년간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고난받는 민중의 땅.

잿빛 하늘, 불타는 건물, 경계의 총구, 방벽과 쇠창살, 굳은 표정들.

그러나 절망적인 미래를 뒤로 한 채, 오늘도 큰 눈망울의 아이들은 공터에 모여 축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티그리스는 바그다드를 도도히 흐른다.

세계 4대 문명을 공부할 때면 정면으로 마주치는 그 강 이름. 작가님은 저 강물을 보면서 아득한 문명의 기원을 떠올렸을까?

('갈대아 우르' 에 서다)

기원전 2113년에 지어진 우르 지구라트 주변에는 아브라함 출생 추정 가옥이 발굴되어 있고,

BC 4000년과 2900년에 큰 홍수가 있었음을 나타내는 지층이 발견되어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입증 사적으로 꼽히고 있다.

구약성서는 믿음의 아버지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에 살았고 가족들을 데리고 가나안 땅으로 이주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람들은 수천 년간 이 말씀이 한낱 전설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1850년대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 이 성서 기록을 입증하는 유적이 발굴되었다는 소식에 전세계 기독교인들은 몸을 떨었다.

기원전 2113년에 지어진 우르의 고대유적 '지구라트'는 피라미드를 닮은 단식 건축물로, 신의 분노를 초래해 인간의 언어가 뒤죽박죽 섞여버렸다는 성경 속 '바벨탑'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빌론, 우르크, 우르와 같은 옛 도시들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지구라트가 있기 마련인데, 바빌론에 세워진 지구라트가 바로 그 바벨탑일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유력하다.

갈대아 우르. 아브라함의 후손들은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아지긴 했지만, 그만큼 분쟁도 늘었을 것이다. 인간의 발길 닿는 곳 그 어디서라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아치 문)
인류 최초의 서사시인 <길가메시>의 주인공 길가메시 왕은 기원전 2500년 경 지금의 '이라크'라는 나라 이름의 유래가 된 도시 국가 '우루크'를 다스렸던 기원전 수메르인들의 전설적인 영웅이다.

수메르인들은 대략 기원전 4500년 경에 지금의 이라크 땅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나타나 약 2,000년 동안 이 지역을 지배하다가 사라진 민족이라고 한다.

러시아 태생의 한 저명한 미국인 학자는 인류 최초의 도시, 인류 최초의 문자, 인류 최초의 학교, 인류 최초의 법률 등 인류의 문명사, 문화사에서 최초의 중요한 것 27가지가 수메르인들의 발명품이라고 쓰고 있다. 그때문인지 인류 역사의 발원지가 수메르라는 주장이 대세가 되고 있다.


그림 같은 풍경이다. 저 오래된 문 위로 그보다 더 나이를 먹은 조각 달이라니...

(침략의 길, 이라크 국경 도로)

"문명발상지에서 일어난 문명충돌"

지난 2003년 4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된 이후,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이런 제목으로 '인류는 어쩌면 아프리카에서 탄생했을지 모르지만 문명이 생겨난 곳은 이라크'임을 강조하면서, 기독교 문명을 대표하는 미영 연합군이 다름 아닌 인류 문명의 요람을 맹폭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이상향인 '에덴동산'이 바로 이 지역에 있다고 언급하면서, 그들이 돌아가야 할 이상향이 바로 기독교 문명인들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림'으로는 가장 인상 깊었던, 멋진 그림으로 보이지만, 그 내용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물게 되는 장면이다. 아프가니스탄은 또 어쩌냐...

(팔루자-사막에서 아이를 잃다)

"도망쳐 나오다가 두 아이를 잃었어요. 미군은 우리에게 대피하라 해놓고 사막마저 봉쇄해버려, 우리는 사막에 꼬박 하루 갇혀 있었어요. 결국 물을 마시지 못해 우리 아이들 둘 다 죽었어요! 우리뿐만이 아니에요. 한 가족이 차에 타고 있었는데, 미군이 차를 세워 총으로 가족을 몰살시키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요. 이건 학살이에요."

하미드 제삼(54. 여), 윤정은의 <팔루자 보고서> 중에서



판화 기법으로 그려서 비극이 더 극대화되어 전달된다. 저 갚을 길 없는 죄값은 대체 누구의 몫일까. 희생자는 있는데 왜 가해자는 보이지 않고, 보상도 사과도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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