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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의 소원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16
소피 블랙올 그림, 시린 임 브리지스 글, 이미영 옮김 / 비룡소 / 2004년 3월
평점 :
금붕어와 새장이 가득 늘어서 있는 노점을 지나면 커다란 저택이 나오지요.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가나요? 앞에서 보면 다섯 채, 옆에서 보면 일곱 채가 들어갈 크기예요.
옛날에 이 집에는 식구수가 많은 한 가족이 살았답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그 집의 어느 꼬마의 이야기에요.
이 집의 주인은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을 찾는 바람에 큰 부자가 되어 중국에 돌아오신 분이에요.
옛날 중국 부자들이 하던 대로 많은 여자들과 결혼을 하고 그 바람에 아이들도 엄청 많이 낳은 사람이지요.
한 때 이 집에는 무려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살았답니다.
아이들 중에 루비라는 소녀가 있었어요. 빨간 색을 좋아했기 때문에 루비라고 불렸죠.
중국에서 빨간색은 '축하'의 색이에요. 설날에 행운의 돈이 들어 있는 빨간 봉투를 받고, 신부들은 결혼식 날 빨간색 옷을 입지요.
그런데 루비는 날마다 빨간색 옷을 입겠다고 우겼어요.
많은 아이들 속에서 유독 튀는 루비를 찾기는 쉬운 일이지요?
손자 손녀들이 많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가정교사를 집으로 오게 했어요.
교육 받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에 비해서 이 집에 태어난 아이들은 일단 교육받을 복은 타고 났네요.
어느 날 루비의 할아버지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정원 벽에서 유난히 잘 쓴 붓글씨를 보았어요.
누가 썼는지 알아보겠죠? 볼이 발그레해진 루비는 칭찬을 듣고 있는 모양이에요.
공부가 끝나면 뛰노는 남자 아이들과 달리 여자 아이들은 요리와 집안일, 자수를 배워야 했기 때문에 루비는 다른 아이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를 했어요.
중국의 많은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글자를 알고 있는 루비는 복받은 셈이지만, 많은 다른 남자 아이들에 비하면 억울한 마음도 클 거예요.
그 마음을 할아버지가 알아차렸네요.
할아버지는 남자아이들에 비해서 차별받는 것이 무어냐고 자상하게 물으셨어요.
루비는 부러 작고 하찮은 일들만 얘기를 했죠.
이를테면 등 축제 때 여자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종이 등을 주고 남자 아이들에게는 금붕어나 수탉이나 용 모양으로 된 빨간색 등을 주는 일 말이에요.
모두가 무심코 그렇게 할 때, 혹은 그 일에 대해서 부당하다고 여기지도 못할 때 루비는 그게 차별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아이죠.
루비는 평범하게 살 수도 있을 거예요. 보통의 그 집 아이들처럼 나이가 차면 시집을 가서 아기를 낳고 사는 일 말이에요.
하지만 루비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요. 많은 다른 아이들보다는 부유하게 자라서 유복하게 살았지만, 그게 루비가 원하는 최상의 삶은 아니었지요. 루비는 더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시집을 갈 때 루비는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었죠. 루비의 소원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할아버지도 참 근사하지요?
루비는 그 대학의 첫번째 여학생을 입학을 하게 된 답니다.
여전히 빨간 머리 끈을 하고 빨간 옷 입기 좋아하는 루비는 누구일까요?
간절히 원하면, 우리도 루비처럼 소원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