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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찾는 아이 ㅣ 우리 문화 그림책 6
이상희 지음, 김종민 그림 / 사계절 / 2006년 7월
산마을 끝집 사는 심우.
자기하고 같은 날 태어나서 이름도 똑같은 소 심우를 데리고 집 나서는 심우.
딸랑딸랑 워낭 소리.
심우보다도 소가 더 부지런히 걷는다.
매미 소리 가득한 뜨거운 여름.
아랫마을 친구들과 함께 멱 감기 바쁜 심우다.
소 심우는 소나무에 매어놓은 채 정신 없이 놀던 심우.
문득, 소가 생각나서 고개를 들어 보니...
소를 묶어 뒀던 소나무 밑자리가 휑하다.
심우 마음도 휑하니 비어 버린다.
이를 어쩌나.
목이 터져라 외치며 심우를 찾는 심우.
서낭당으로도 가보고, 방앗간 쪽으로도 가보지만 간데 없는 소 심우.
그리고 낙심하는 심우.
아, 그런데 수풀 사이에서 되새김질 하는 소 발견!
심우가 심우를 부르며 달려간다.
그리고 심우가 심우를 꼬옥 안아준다.
집에 돌아온 심우는 깊이 잠이 들어버린다.
소도 잊고, 자기도 잊는다.
입가에는 엷은 웃음이 살풋 번진다.
해탈의 미소일까?
절에 가면 '십우도'라 불리는 그림이 있다. 십우도는 마을을 닦아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목동이 소를 찾는 과정에 빗대어 보여주는 이야기 그림이다.
1. 소를 찾아 나서서
2. 소가 남긴 자취를 보고
3. 소를 발견하여
4. 소를 얻은 뒤
5. 소를 길들여
6. 소를 타고 돌아와
7. 소를 잊고
8. 자기 자신도 잊은 채
9. 본래의 맑고 깨끗한 근원으로 돌아가
10.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베풀러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10장면이다.
그러니까 십우도는 욕심 때문에 잃었던 자기 자신을 되찾고, 찾은 뒤엔느 그 '참된 나'에 대한 집착마저 버려야 진정한 깨달음에 이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우' 란 말은 소를 찾다란 의미다. 그림책 속 주인공 심우와 심우의 친구 소가 같은 이름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심우도 속 '소'란 결국 잃어버린 나이니까.
잃어버린 나를 되찾고, 되찾은 기쁨마저 잊어버려 해탈에 이르는 경지까진 무리겠지만, 잃어버린 나를 찾아내는 경지에는 도달하고 싶다.
그저 이야기 그림인 척하지만, 그보다 깊은 이야기와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멋진 그림책이다.
역시 지난 어린이 날 파주 사계절 부스에서 구한 책. 만족도 20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