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이금옥 지음, 박민의 그림 / 보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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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조선인 홍영우씨의 홍길동을 참 인상 깊게 보았는데 이 책도 그 책처럼 재일 조선인 작가가 일본에서 발표한 책으로 오른쪽 넘기기에 세로 읽기로 편집되어 있다. 아이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패턴이겠지만, 우리의 옛 조상들도 이렇게 읽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재밌는 놀이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글밥이 많지 않기 때문에 무리는 아닐 것이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청개구리가 엄마 개구리와 둘이서 살고 있었다.  

청개구리네 마을은 강둑 아래. 바람이 속삭이는 푸른 갈대숲. 청개구리 집은 포근한 갈대 밑. 아침 하늘 별하늘 아름다운 곳. 

청개구리 엄마는 부지런한 엄마. 아침부터 늦게까지 쉴새없이 베를 짜고 바느질 하고,   

장난꾸러기 청개구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줄 끊고, 편싸움하고, 돌 던져서 동무들 울리기 일쑤!



속타는 청개구리 엄마, 아들 대신 사과시키기 바쁘기만 하다. 사과하는 와중에도 장난치느라 정신 없는 요놈의 청개구리! 

심술꾸러기 청개구리는 밖에 나가 놀라고 하면 집 안에서 놀고,  

밖에 나가 놀지 말라고 하면 온종일 밖에서 뛰노는 아이. 

뭐든 반대로만 하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녀석이니 엄마 개구리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고... 

마침내 병까지 얻어서 드러누운 불쌍한 청개구리 엄마. 



엄마의 딱 한 가지 소원은 봄이면 진달래꽃 복숭아꽃 피고 새들이 훨훨 즐겨 찾아오는 양지바른 산언덕에 조용히 잠드는 것. 

그러나 반대로만 하는 청개구리 요녀석이 엄마의 마지막 소원을 제대로 따르지 않을 것 같아, 

엄마는 반대로 유언을 하고 숨을 거둔다. 그러니까 양지바른 산이 아니라 꼭 강가에 묻어달라고... 

 

하지만 엄마 돌아가기소 나서야 불효를 때닫는 지각쟁이 청개구리. 엄마의 마지막 소원을 아니 들어줄 수 없어 강가에 묻고야 마는데... 

하여, 비가 오면 물이 불어나 엄마 무덤 떠내려갈까 슬피 울고, 또 우니... 

이것이 오늘날 청개구리가 목 놓아 우는 까닭이라네... 



그림 보는 재미가 큰 책이다. 익히 아는 이야기임에도 세로 글쓰기의 디자인이 멋스럽게 느껴지고, 우리 말의 묘미를 잘 살린 운율감이 노래하듯 재밌게 들린다. 

어릴 적에 집에 동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있었다. 그때 이야기 중에 청개구리도 있었는데 비가 오면 구슬피 울던 청개구리의 개굴개굴 소리가 지금도 떠오른다.  

내가 그 테이프를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읽었는데 지금도 갖고 있으면 좋으련만, 잃어버린지 너무 오래 되었다. 아마도 이사하면서 엄마가 버린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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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7-26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길동은 얼마 전에 나도 리뷰를 썼고... 청개구리 책 그림이 운치있네요.

마노아 2009-07-26 12:14   좋아요 0 | URL
글 쓰신 분은 올해 80세더라구요. 살아계시다면 말예요. 그림도 단순하고 소박하면서 운치있고, 정말 마음에 들어요. 홍길동도 참 좋았는데 말예요.^^

같은하늘 2009-07-26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아는 얘기인데 이렇게 그림책으로 보니 새롭군요...
그림이 정말 예쁘네요...

마노아 2009-07-27 02:19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익히 아는 이야기인데도 신선하고 재밌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