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리뷰 대회
-
-
힘든 때 ㅣ 미래그림책 35
트리나 샤르트 하이만 그림, 바바라 슈크 하젠 글, 이선오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5월
절판
아이는 엄마와 아빠한테 모두 강아지를 사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엄마도 아빠도 지금은 안 된다고, 조르지 말라고 단칼에 잘라버렸다.
엄마 아빠 모두 지금은 '힘든 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셨다.
작은 상자에 든 맛난 시리얼 대신, 양이 많고 값싼 '왕푸짐표' 시리얼을 먹는 것도 힘든 때라서 그렇다고.
작년 여름에 바닷가 대신 공원에 있는 수영장에 간 것도 힘든 때라서 그랬다고.
아이는 바닷가가 더 좋았는데...
아이는 강아지가 생기면 자기 대신 먹기 싫은 콩을 먹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맥킨토시 아줌마가 엄마 대신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오는 것도 힘든 때여서라고.
엄마는 회사에 다녀야 했던 것이다.
아이는 잘 놀아주지 않는 맥킨토시 아줌마가 맘에 들지 않는다.
나중에 아줌마를 강아지랑 바꾸어 버려야겠다고 나름 음모(?)를 세우기도...
주변엔 온통 강아지 천지다. 아이의 눈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날은 아빠가 환한 낮에 집에 돌아오셨다.
아빠는 뭔가 화난 것처럼 보였다.
아빠는 직장을 잃으셨던 것이다.
저녁에 돌아온 엄마는 아빠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문 밖에 나가서 초콜릿을 먹으라고 하셨다.
길가엔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며.
계단에 있던 아이는 쓰레기통 안에서 울음소리를 듣는다.
그 안엔 예쁜 고양이가 있었다.
어여쁜 누나가 고양이를 꺼내어 아이에게 안겨주었다.
초콜릿을 먹지 않는 고양이에게 우유를 주는 게 맞다고 알려주는 예쁜 누나.
아이는 우유를 꺼내다가 그만 엎어버렸다.
엄마와 아빠의 놀란 얼굴.
당황한 아이.
안 그래도 심각한 상황에서 뭔가 큰 소리가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게다가 이 힘든 때에 아이가 데리고 들어온 고양이는 그야말로 폭탄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엄마와 아빠는 아이를 가운데에 놓고 서로를 끌어안으며 크게 울어버리셨다.
'힘든 때'라고 그토록 강조하던 두 분은 아이가 고양이 키우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아이의 마음도 이해해 주셨다.
놀라운 전개였다.
책 머리에는 힘든 때가 지나면 반드시 좋은 때가 온다고 작가는 밝혔다.
고진감래.
우리도 그 말의 진정성을 믿는다.
그런데 의심하고 걱정한다.
힘들어 지치고, 힘들어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때, 그 마음의 한계를 만나기 전에 좋은 날이 과연 와줄까 하고.
3년 반이 지나면 우리가 기다리던 자유가 올까 하고.
그런데 3년 반은 우리가 버텨낼 수 있을까 하고.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들의 이해를 요구하는 그림책으로 느껴진다. 나로서는.
그리고 이 힘든 시절에, 이 제목이 아프게 박힌다.
힘든 때...
토요일에는 병원에서 피검사를 받을 예정이었는데, 도저히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오늘 병원에 다녀온 엄마는 의사샘이 왜 안 왔냐고 야단이었다고 하신다.
참 내... 척하면 탁이지. 그런 날은 이해하고, 다음 주에 오라고 해야지...
힘든 때에 센스 없는 의사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