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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할머니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9
샬롯 졸로토 지음, 제임스 스티븐슨 그림, 김명숙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샬롯 졸로토의 이름을 보면 분명 여성일 텐데, 성까지 붙여 발음하고 나면 꼭 남자 작가일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의심할 바 없이 여자 작가분이다. 지금은 머리가 아주 하얗게 내려앉았을 할머니가 되었을 샬롯 졸로토. 이 작품은 꼭 그녀의 얘기일 것만 같다.
우리 동네에는
혼자 사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할머니는 정원을 가꾸십니다.
봄에는 수선화를,
여름에는 백일홍을,
가을에는 국화를,
눈이 내리는 겨울에는
빨간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를
우리에게 선물하십니다.
아침에 학교 가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우리가 집으로 돌아올 때는 미소를 지어 보이십니다.
할로윈 데이에는, 우리를 집 안으로
맞아들여 난롯가에서 몸을 녹이게 하고
손수 만든 사과 사탕을 주십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우리를 집으로 초대하여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여주고
빨강 알갱이와 초록 알갱이가 박힌
과자도 주십니다.
조그만 아이였을 때에
할머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할머니도
나이 많은 어떤 할머니를 알고 있었을까요.
그 나이 많은 할머니도
정원을 가꾸고, 요리를 하고, 미소를 잃지 않고,
강아지를 쓰다듬고,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조그만 아이이던 할머니의 이름을 알았을까요.
만일 내가 할머니이고
할머니가 조그만 아이라도,
나는 할머니를 많이 사랑할 겁니다.
지금 내가 할머니를 사랑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책 속에 등장하는 혼자 사는 할머니는, 우리가 '독거 노인'이라고 표현하는 외롭고 스산한 모습의 그 할머니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사시사철 꽃을 선물하는 할머니. 지나다니는 아이들의 이름을 각각 불러주고, 때마다 절기에 맞춰 선물도 챙겨주며, 자연과 동물과 이웃과 벗하며 사는 멋진 할머니시다. 그 건강한 삶에 진한 여운과 감동이 묻어난다.
아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할머니를 그저 먼 발치에서 '대상'으로 보지 않고, 선물을 주는 사람만으로 보지도 않고, 자신들과 '교감'을 나누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아이는, 필시 그 할머니처럼 아름답게, 멋지게 나이들어 갈 것이다.
아마도 샬롯 졸로토 작가가 그럴 것처럼...... 나 역시 이렇게 근사하게 늙고 싶다. 따뜻함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