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9
콜린 맥노튼 글 그림, 전효선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정글같은 풀숲이 책 가득 채워져 있는 그림책이다.  

깊은 숲 속을 걸어가던 꼬마 사냥꾼이 그만 엄청나게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초록 괴물과 마주치고 말았다. 



그런데 어째 괴물이 꼬마보다 더 놀란 모양새다.  

이 커다란 아저씨는 자신을 초록 거인이라고 소개했다.  

어마어마하게 크면서도 이 거인은 겸손함을 안다. 

"아저씨는 엄청나게 크네요."
"내 옆에 서 있는 이 나무에 견주면 그래도 작은 편이지."
"하지만 나보다는 훨씬 크잖아요."
"너도 크잖니. 지금 네 발을 물려고 하는 뱀에 견주면 말이야." 

거인의 나이는 천팔백, 천구백... 너무 오래되어 잊어버렸단다. 꼬마의 나이는 이제 겨우 아홉 살.  

거인 아저씨는 하루종일 논다고 했다. 뿐인가? 쓰러진 나무로 강에 다리도 놓고, 개울에다 댐도 만들고, 통나무집도 만든다고 한다. 가끔 나무 꼭대기에서 그네도 타며 논다고 하니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거인 아저씨 하는 말 들어보면 그야말로 안빈낙도랄까.  

비가 올 땐 넝쿨로 그물 침대를 만들고, 숲을 지붕 삼아 잠을 잔단다. 날씨가 좋으면 나무 꼭대기에서 잔다고 하니,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잠이 드는 건 환상 그 자체일 것이다. 

거인은 자신이 볼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세계를 소년에게도 보여주기로 한다. 와우, 소년이 부럽구나! 

숲 꼭대기에서 전체 숲을 내려다보는 것. 게다가 파란 하늘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 멋지고 황홀할 것 같았는데, 소년은 무섭다고 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공중에 올라섰으니 놀랄 만도 하다. 



이 세상 구석구석에 자신 같은 거인이 또 있다고 설명하는 아저씨. 세계 각지에 분포(!)되어 있는 거인 지도다. 우리 주인공 아저씨는 남 아메리카 정글 속에 사는 숲의 거인이다. 대충 그려진 한반도 지도가 안습이다ㅠ.ㅠ 뭐, 일본도 마찬가지다.;;;; 

거인은 호기심이 왕성한 소년을 위해 자신이 태어난 영국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거인들이 온통 많았던 까마득한 옛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들이 다른 곳으로 쫓겨갈 수밖에 없었던 인간들의 환경 파괴를 슬피 이야기해 준다. 뿐이던가. 거인 사냥꾼까지 등장해 버렸다. 



착한 거인 말고 나쁜 거인 오우거를 잡아들이던 사냥꾼 이야기에는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도 포함된다. 

그런데, 착한 거인과 나쁜 거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냥꾼들이 등장했다는 게 문제다. 거인들은 차츰 사라져 갔고, 숲의 거인 역시 무시무시한 거인 사냥꾼 잭과 맞닥뜨리고 말았으니...... 

사람을 미워할 줄 모르는 숲의 거인이 자신을 해치려고 한 사냥꾼 잭을 보내주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그 놈이 은혜도 모르고 칼을 휘둘렀단 말이지...(ㅡㅡ;;;) 



결국 거인 아저씨는 바다의 거인 고래를 타고서 대륙을 건너간다. 땅 위의 거인 이야기를 해주고, 또 바다의 거인 이야기를 해주는 두 친구들.  

그가 새로 도착한 땅에는 거인이 없었고, 숲은 지나칠만큼 우거졌고, 그는 가만히 서 있으면 숲과 구별도 되지 않으니 숨어 살기에는 딱 적당하다. 소년같이 거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친구로 여길 수 있는 사냥꾼 정도만 만난다면 앞으로도 천 년은 더 거뜬히 살아남을 것이다.  

만약 저 거인을 만난 게 소년이 아니라 어른 사냥꾼이었다면, 거인은 당장 죽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님 그 어른 사냥꾼이 죽었거나.  

소년에게 바이바이를 외치며 숲 속으로 사라지는 거인.  

그리고 그 거인을 향해,  

"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라고 외치는 소년. 

두 사람은 이후 서로 만나지 않더라도 오래오래 이때의 반가웠던 만남을 기억할 것이다. 거인이 보여주었던 각별한 세계의 모습까지도. 

책은 몇 쪽 되지 않는데, 두 사람의 대화가 길어서 글자가 많다.  

빽빽히 들어찬 숲속 세계를 감상하는 맛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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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4-24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다운 책이에요! 거인도 귀엽고...소년이 부럽네요.^^
인간들이 욕심을 부려가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데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안타까워요..ㅠ.ㅠ
이 책에서 어른들이나 아이들에게 배울점이 많은 것 같아요.^^;;

마노아 2009-04-24 11:37   좋아요 0 | URL
거인 사냥꾼 잭이 영국에서 유명한 인물인가봐요. 그 제목으로도 동화가 있더라구요. 이렇게 거인이 살았다가 사라졌다...라는 식의 전설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인간이 지구에게 참 몹쓸 짓을 많이 하고 있지요.
어른들도 동화 속에서 배울 게 많아요.^^

메르헨 2009-04-24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림이 맘에 들어요....^^
시간이 허락된다면 정말 아이와 같이 돌아다니며 책을 보고 싶은데...
휴직기간에 못한게 아쉽네요.
지나고나면 다...후회죠?

마노아 2009-04-24 11:38   좋아요 0 | URL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아쉽고 안타까울 때가 너무 많아요.
많이는 못하더라도 가끔씩 아이와 동화여행을 떠나셔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