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4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4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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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채널 <17년 후> 사건으로 피디님 떠나시는 것 보면서, 이 방송이 중단될까 봐, 이 책을 더는 만날 수 없게 될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모른다. 다행히도, 방송은 계속해서 전파를 타고 있고, 책은 '씨즌 4'라는 이름을 걸고 내게로 왔다. 다음 번 칼라로 예상했던 표지인데, 내가 원했던 새 봄 연두색이 아니라 좀 촌스러운 풀색이라는 게 약간의 실망을 주었을 뿐..;;; 

책이 참 따끈따끈하다. 2월 출간된 책인데 2월 달에 있었던 사건도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이 극적인 현장감이라니. 그건 신선하면서 동시에 아픈 일이다.  

영상이 그렇듯이, 이 책의 틀도 짧고 강렬한 글과 그림으로 먼저 임팩트를 준 뒤, 더 자세한 이야기와 소개는 그 뒤에 짜잘한 글씨로 대신한다. 1권에서는 참고 도서를 소개하면서 짧게 언급하고 넘어갔는데 씨즌 2부터는 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익숙해지니 참 좋다. 참고 도서는 아쉬운 대목이지만.  

그러나 이번엔 삽입 '음악'을 함께 소개한다. 같이 출시된 음반 '지식 e'에 대한 안내다. 박정현 신보를 구입하면서 같이 구매하고 싶었지만, 적립금 부족으로 참았다. 음반 이벤트 당첨 안 되면 바로 달려가서 구매할 음반이지만.^^ 

난 이 책을 아껴 읽었다. 하루에, 꼭 잠들기 전 시간에만, 한 주제 혹은 두 주제 정도로만. 당연히 제법 긴 시간이 소요되어 책을 다 볼 수 있었지만, 오래오래 그 여운을 간직할 수 있었다. 이렇게 벅찬 주제를, 내용을, 감동을 한 번에 다 삼켰다가는 소화불량이 될 것만 같았다. 두고두고 곱씹을 여운이 간절했던 것이다.  

그래서, 매일밤 조금씩 아팠더랬다. 2009년 대한민국의 인권 현주소를 보여주는 모든 항목들에서, 전 세계의 굶주리는 나라들의 아픔에서, 역사 속의 무수한 상흔들을 발견하면서...... 

그렇다고, 이 책을 아주 슬픈 책으로만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 책은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아픈만큼 단련되어지는, 그리고 더 배우고 더 실천하라고 밀어주는 책이기도 하니까.  

세르반테스의 긍정 마인드가 인류에게 돈키호테라는 유쾌하고 소중한 선물을 안겨주었음을 발견했고, 세상에서 가장 싼 밥에서는 그래도 아직 인정이 살아있는 우리네 사는 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이 진정 누구를 위한 정책이었는지 지켜보면서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같이 느끼기도 했다.  90%를 위한 디자인-편은 발상의 전환을 주었는데, 정말 누구를 위한 디자인이었는지...... 당연하지 않은데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었다.  

   
 

 "지금까지의 디자인은 상위 10%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빈곤층...
저개발국가의 사람들...
인류의 90%를 위한
또 다른 디자인

 
   

점점 기계화되고 사람이 사람으로서 제 가치를 갖지 못하고 물질화되는 이 땅에서, 제주도 잠녀 할머니의 말은 우리가 뼈아프게 새겨야 할 진실을 담고 있었다. 

   
 

 "스킨스쿠버?
그게 있으면 한 사람이 백 명 일도 할 수 있다며?
근데 그렇게 하면
나머지 아흔아홉은 어떻게 되나?"

 
   


87년 6월 항쟁의 결과 대통령 직선제가 결정되었을 때, 웃지도 못하게 터져나온 금강산 댐 사건, 그리고 KAL기 폭파 사건. 바로 얼마 전에도 그 사건의 주역 김현희가 방송을 화려하게 장식했었다.  또 무엇을 가리기 위해서 저리 대대적으로 전파를 탄 것인가 의혹을 갖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젠 뉴스를 보아도 저 기사 이면에 무엇이 있는 것인지 잔뜩 긴장하고 바라보게 된다. 넋 놓고 있으면 눈 뜬 채로 코 베어갈까 봐. 뭔 사단이 나도 또 날까 봐 두려운 것이다.  

그렇게 위태위태롭고 어질어질한 이 대한민국에서 이런 책 한 권은 보석처럼 빛나면서 등불이 되어주는 좋은 위로자다. 우리가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 지식이 무엇인지 말해 주면서, 가슴과 머리의 판단이 우리의 발을 어디로 인도해야 할지 말해주는 전달자이기도 하니까.  

그렇기에, 이 책의 앞과 뒤를 장식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의미심장하다. 방랑기사로 살지언정 도망치지 않았던 그 사나이. 외팔이가 되어서 좌절한 것이 아니라 남은 오른 손으로 글을 썼던 세르반테스. 우리의 하루하루가 지극히 절망적이어도 우리가 종국에는 웃을 수 있다는 희망 한 줌 손에 쥔 채 책을 덮는다.  

ps. 다음 번 표지는 촌스럽지 않은 주황색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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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18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늦게 돌아온 성주가 4권 나왔다고 사달라고 하던데, 님 리뷰가 올라와서 딱이네요.^^
진즉 나온줄은 알고 있었지만 만날 남의 책 주문하느라고 우리 책은 밀려 있었네요.ㅋㅋ
오늘 주문합니다~~ 땡스투!^^

마노아 2009-03-18 02:51   좋아요 0 | URL
헤헷, 감사해요. 우리 또 통했어요~! 저는 공지영 산문책 순오기님께 땡스투 했거든요.
아직 주문 전인데 낮에 하려고 해요. ^^

2009-03-18 0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8 0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8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8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