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델과 주말을 보낸다고요? 비룡소의 그림동화 25
케빈 헹크스 지음,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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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생님이 최고야만큼 유쾌하게 읽었다. 앞서 읽은 내 사랑 뿌뿌보다도 열 배는 더 재밌다.
금요일 오후, 웬델네 부모님은 소피네 집에 웬델을 맡기고 시골 친척집에 가게 된다. 홀로 맡겨진 웬델은 "야호, 신난다!"라고 외치며 기뻐한다.
이제부터 자신이 주인공이 될 서막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함께 놀아야 하는 소피는 이만저만 고생인 게 아니다.
둘이서 엄마 아빠 놀이를 하면 웬델이 혼자서 아빠 엄마랑 다섯 아이 역할을 다하고 소피는 강아지 노릇이나 해야 했다.
병원놀이를 하면 웬델이 의사랑 간호사 환자 노릇을 다 해버렸고, 소피는 책상 위에 놓인 시계 역할이 다였다.
뭐든지 그렇게 제멋대로였다.
소피는 엄마와 아빠께 웬델이 언제 집에 가냐고 물었지만 '금방' 간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그런데 그 금방이 너무 길다는 게 문제!

하룻밤을 더 겪고 보니, 소피의 고민은 이제 소피 부모님의 고민이 되고 만다.
벽에 낙서하고 장거리 장난 전화, 거울에다 치약으로 이름 써 놓기는 예사.
아, 이거 보통내기가 아니다. 만약 눈앞에 이런 아이가 있다면 성질이 팍팍 솟을 것 같다.
이제 소피도 뭔가 반격을 가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소방수 놀이를 하면서 이번엔 소피가 뭐든지 다 정했다.
소방대장은 소피, 불타는 건물은 웬델 차지.
그리고 이렇게 꼭 집어서 말해야 한다. "참 재미있지?"
이제 웬델도 뭔가 느끼는 것이 있을 터!
여기까지는 독자도 짐작하고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의 전개.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 케빈 헹크스의 놀라운 솜씨!
웬델이 묻는다. "내가 소방대장 해도 돼?"
소피는 안 된다고 하지 않고 "그래, 해 봐!"
라고 말한다.
아, 이 놀라운 '대인배'의 마음!

한껏 어울려 잘 노는 두 아이들. 물을 뿌리니 무지개도 솟았다.
누가 소방대장이건, 불타는 건물이건 아무런 상관도 없게 된 것.
아, 이렇게 놀아야 하는데, 이렇게 더불어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내가 싫은 것, 불편한 것, 화나는 것에만 파르르 떨고, '함께', '더불어', '같이'란 말은 너무나 생소해진 우리들.
책을 보며 작가가 던져주는 메시지의 감동에 흠뻑 취했다.

아이들과 달리 이제 학을 뗀 엄마와 아빠는 웬델이 주말 지나 또 올까봐 걱정이다.
소피가 물었어요. "웬델은 언제 또 와요?"
엄마가 말했어요. "절대로 안 올 거야!"
아빠가 말했어요. "절대로 안 올 거야!"
하핫, 이 가족들, 진짜 솔직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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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1-16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못 봤어요~~
솔직한 가족~ 우리랑 좀 닮았네요.^^

마노아 2008-11-16 12:01   좋아요 0 | URL
솔직한 가족이 아름다운 가족이지요^^ㅎㅎㅎ

바람돌이 2008-11-17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는 안보여줬는데...
전 내사랑 뿌뿌가 별로더라구요. 근데 요건 역할놀이 좋아하는 우리 애들한테 역시 딱이에요. ^^

마노아 2008-11-17 08:14   좋아요 0 | URL
저도 내사랑 뿌뿌는 심드렁했구요. 웬델은 무척 재밌었어요. 급 반전에 웃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