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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티 마을 영미네 집 ㅣ 작은도서관 2
이금이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9월
평점 :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에 이은 두번째 시리즈. 동생 영미네 집으로 제목이 붙었다.
지난 이야기에서 부잣집에 양녀를 갔던 영미가 새엄마 팥쥐 엄마의 활약(?)으로 집에 돌아오게 되면서 끝이 났다.
다시 밤티마을에 돌아온 영미와 팥쥐 엄마, 그리고 다른 식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잣집에서 한껏 호강하고 살았던 영미에게는 다시 돌아온 집의 초라함과 누추함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양엄마가 보내준 침대와 책상 놓을 자리도 없는 새로 만든 공부방. 게다가 친엄마라고 처음에 오빠가 속이기까지 한 팥쥐 엄마의 곰보 얼굴에 영미는 실망을 감추지 않는다. 머리도 예쁘게 묶어주지 못하고 돈이 없어서 피아노 학원에도 보내주지 못하는 팥쥐 엄마. 영미는 괜히 돌아온 것은 아닌지 심통이 나버렸다.
만약 작품 속에서 영미가 가난해도 화목한 우리 집이 더 좋아! 라는 식으로 지극히 교과서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영미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성질도 급하고 무서울 때도 많은, 자상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큰돌이가 영미를 끔찍히 여기고 있지만 초등학교 3학년의 어린 아이일 뿐이고 이제 8살이 된 영미 입장에서는 양엄마네 집과 모든 게 비교가 되는 자신의 집이 실망스러운 건 당연하다. 아이가 투정 부리고 팥쥐 엄마에게 못되게 구는 게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상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이의 반응과 입장, 정서 변화 등을 이금이 작가는 제대로 포착하셨다.
처음 큰돌이가 팥쥐엄마와 친해지게 되는 데에도 어떤 계기가 필요했던 것처럼 영미가 마음을 터놓게 되는 데에도 동기가 필요했다. 그 동기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개구쟁이 녀석들에게서 나왔다. 나는 괜찮아도 내 아이들을 놀리는 건 안 돼!라고 단호히 말해주는 팥쥐 엄마, 나한테는 괜찮다고 한 그 표현이 짠했다. 우리네 엄마들의 모습이 그러했으니까. 만약 여기서 끝이 났다면 그냥 속이 시원해지는 걸로 끝났겠지만, 못되게 군 아이들까지 포용해주는 다음 이야기도 나왔기에 작품은 더 감동을 전해준다.
작품의 반전을 주게 된 것은 예기치 못한 사람의 방문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혼란스런 마음과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진심이 아우러져 슬프고도 잔잔한 감동을 같이 주는데, 작품 속 영미네 집처럼 이혼이나 재혼으로 이루어진 무수한 가정에서 이같은 화해와 화합 성장의 축복이 전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 많은 돈을 가지는 게 최고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진리라고 인정하지만 그렇게 살기는 쉽지 않은 부분들을 작가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전달해 준다. 독자로 하여금 이 예쁜 가정이 계속 행복할 수 있기를 소망하게 만들며.
작품은 마지막에 팥쥐 엄마가 임신을 하면서 끝이 난다. 그 아이가 다음 시리즈의 제목에 나오는 봄이일 테지. 허면 여자 아이? 다음 책도 기대가 된다. 이름도 예쁜 밤티 마을에 또 이름도 예쁜 봄이네 집 이야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