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 1 : 얼굴을 보고 마음을 읽는다 - 허영만의 관상만화 시리즈
허영만 지음, 신기원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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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그럴 수는 없겠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얼굴에 어느 정도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된 인생살이 끝에 곱게 나이 드시는 분들이 적다는 생각도 한다.  돈을 들여 관리를 받으면 주름도 펴고 검버섯도 제거하고 미백도 가능하겠지만, 그런 것 말고 고유의 인상에서 나오는 분위기, 느낌, 격 같은 게 분명 있을 거라고.

이 책을 보니 놀랍고 재미난 꼴의 모습들이 가득하다. 다 믿기에는 맘도 상하지만, 무시하지도 못할 것 같은 꼴에 관한 이야기.

얼굴에는 다섯 개의 산이 있다. 이마, 코, 턱, 그리도 양 광대뼈. 이 중에서 코가 가장 중요하다. 코는 나 자신이다.  나머지 네 개의 산보다 가장 높다. 허나 너무 높으면 고독하다. 주위에 고만고만한 산들이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  반대로 주위 산과 높이가 비슷하거나 어디에 산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낮다면 줏대가 없다. 광대뼈가 발달해 코보다 더 높은 사람은 그렇다면 겸손할까? 그렇진 않다고 한다. 광대뼈 있는 사람은 자존심이 세고 고집이 세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기에도 광대뼈가 발달한 사람은 억센 인상을 준다. 코가 높은 서양인들은 개인주의가 강하다. 반면 동양인들은 집단주의를 좋아하고 군중심리에 약하다. 따라서 코는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아야 좋다. 성형으로 코만 높이 세우는 것을 관상학에선 나쁘다고 한다. 오호라!

양쪽 광대뼈는 코를 잘 받쳐줘야 한다. 그래야 집안 꼴이 잘 돼간다. 그러니까 임금과 신하의 구분은 있어야 한다는 것. 또 광대뼈는 신하요 친구요 이웃이요 형제다. 광대뼈가 좋은 사람은 인덕이 많다. 대표인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들었다. 전국에서 떼로 들고 일어나서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세계를 정복한 몽골인은 코는 높지 않지만 광대뼈가 무척 발달해 있다. 광대뼈는 심장과 폐의 상징이다.  아핫!

시장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을 떠올려 보면 광대뼈가 발달해 있고, 말투도 억세고 성격도 드센 듯 하지만 사실 인정이 많다. 광대뼈가 없는 사람은 무심한 사람인데, 이 무심하다는 말은 아주 큰 욕이라 한다. 광대뼈 없이 기울어 있는 사람하고는 동업도 하지 말란다. 호곡!

가늘고 긴 눈이 좋은 눈이지, 둥글게 키운 눈이 좋지 않다고 한다. 우리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성형기준이 되는 그런 눈이 사실은 몹쓸 눈?

그래서 가장 좋은 눈 코 입 귀의 형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곧 부처님 얼굴이 된다. 아핫! 관상학적으로 가장 훌륭한 얼굴을 형상화한 탓이로구나!

귀는 둥글고 크고 두텁고 색이 밝아야 복이 있다. 구멍이 작으면 인심이 사납고 귀가 뾰족해도 박정하다. 가운데 귓바퀴가 밖으로 튀어나오면 지혜가 없고 복도 없다는데...

눈썹도 인상적이었다. 눈썹은 형제, 친구, 주위 사람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코 높이고 눈 성형해서 복을 버려도 눈썹이 잘 생겨서 승승장구하는 일이 많다고.  한마디로 '눈썹값' 한다는 것이다. (송승헌이 그런 케이스? 스캔들이 있어도...;;;)

턱은 땅이다. 넓고 기름져야 숲이 있고 곡식이 있어 사람이 모인다고 한다. 그런데 턱뼈가 너무 발달한 사각탁은 욕심이 지나친 사람이니 경쟁하지 말라고 권한다. 손실이 따른다고.

납작코는 임금님 앞에서 절하는 상인데, 임금 앞에서 절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니 재상감이라는 것이다. 그 인물로 안성기씨를 꼽았다. 오래오래 사랑받는 배우.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을 거라고.

대통령과 그 후보들 이야기도 나왔다. 결과가 이미 나왔으니 말하기는 더 쉬운 거지만, 틀린 판단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은 복이 많은 사람으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천성이 싸움꾼이고 고집이 너무 세서 인기가 바닥이란다. 그런데 이명박은 이마와 눈에서부터 시작한 기운이 전체에 쫙 뻗어있어 BBK도 자녀 불법 취업도 뛰어넘을 힘을 주었다고 한다. 그 기세란 사악한 기겠지? (ㅡㅡ;;)

미간이 좁으면 밴댕이 소갈딱지 소리를 듣는데, 눈사이가 넓으면 넓게 본다는 것도 사실이란다. 이얏! 그러고 보면 영화든 만화든, 영웅호걸이 미간 좁게 그려진 예는 본적이 없다.

대머리는 정력이 세다고 한다. 열기가 넘쳐서 머리가 빠졌다고. 이 정력을 음욕에 사용하는가 일에 사용하는가는 달라지겠지만.

두각을 드러낸다는 말이 있다. 머리의 각이다. 이렇게 머리가 각진 인물로 전두환을 뽑았다. 아, 여러모로 빈정상한다. 그 놈이 지금껏 잘 사는 게 그 놈의 솟은 머리 탓이란 말인가! 게다가 주걱턱이 복을 준다고 하니 부부가 천생연분이로구나. (이런 몹쓸!)

물결치듯 곡선으로 길게 생긴 눈이 귀한 눈이라고 한다. 요새 이런 눈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쌍커풀 없이 길게 뻗은 눈. 박해일과 이준기가 떠오른다. 게다가 배우들을 보면 눈빛이 살아 있다. 그런 눈에 지혜와 재물이 따라온단다. 그렇구나...!

귀가 솟을수록 좋다는데, 내 귀는 솟아있지 않구나. 그 동안 안경에 눌린 걸까? 흑...ㅠ.ㅠ

예시로 들어준 조선 시대 초상화를 보면 전부 귀가 눈보다 솟아 있다. 이성계, 황희 정승, 퇴계 선생까지.

눈썹이 길면 재물창고의 기운을 갖는다고 한다. 게다가 수명까지 연관이 있다고 한다. 작고하신 고우영 화백은 눈빛이 약했지만 눈썹이 좋아서 그나마 68세까지 사셨다고.

얼굴 생긴대로만 인생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면 억울할 사람 많을 것이다. 그런데 또 완전히 무시할 만큼 틀리지도 않다는 게 두려운 얘기이기도.

언제나 베스트 셀러로 군림하시는 허영만 화백답게 이 번 책도 재밌다. 다만 꼴에 너무 집착하진 말자. 타고난 운만 믿고 흥청망청이거나 꼴값을 떨어서 인생 망치는 진상이 될 수는 없는 일.

일본 만화를 보면 늘 소재의 다양성에 감탄을 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우리나라 만화들도 소재의 저변이 많이 확대되는 것 같아 반갑다. 관상학을 소재로 한 이 작품도 마찬가지.  작가의 왕성한 열정과 호기심이 독자들을 기쁘게 해준다. 작가분이 대머리 상이라지만 그것도 우리의 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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