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합니다 3 - 완결
강풀 글 그림 / 문학세계사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 끝이었다. 고단한 생애를 사셨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여준 생의 마지막 움직임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고 말들 하지만, 그분들의 삶이 꼭 그러했다. 아름다운 마무리로 긴 생의 굽이굽이 힘들었던 시간들마저도 다 포용하고 돌아가셨다.

작품 시작 첫머리에 나왔던 '호상'에 버럭 할아버지가 호통 작렬하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설명되었다. 그렇게 떠나시면서까지도 자식들 마음에 그림자 한자락 주지 않고 가시는 그 배려와 사랑에는 한숨과 눈물이 같이 배어나온다. 자식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그 가없는 사랑이란.

송씨 할머니는 고향으로 돌아가셨다. 당신의 인생 말년에 만난 그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은 이럴 때에도 또 해당되니, 역시 노인분들의 사랑이라고 순정이, 떨림이 없을 쏘냐. 고향 땅을 여전히 지키신 100세에 가까우셨을 어머니 모습에 송이뿐 할머니와 함께 독자도 깊은 숨을 내쉰다.

발에 채이는 돌멩이 하나에도, 허투루 내뱉은 말 한마디에도 의미를, 상징을, 그리고 복선을 모두 깔아놓은 강풀 작가의 치밀한 설정과 솜씨에 또 감탄을 거듭한다. 앞의 이야기만 읽고 뒷이야기를 읽지 않은 독자는 결코 마주칠 수 없는 감동의 폭발이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창조해냈을까 궁금했는데 작가 후기에 그 동기와 시작을 밝혀주었다. 작가에게는 93 되신 할머니가 계시고 그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 이같은 작품의 실마리를 얻었다는 것이다. 작가 자신도 지극히 놀랐던 점이 그 고령의 할머니가 무척 사랑스럽고 또 많이 귀여워 보일 때가 있다는 이야기. 작품 속에 등장한 여러 사랑스런 캐릭터들의 모태가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했던 듯하다.

작가 후기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한 대목을 옮겨본다.

내 할머니와 가까워지고 난 후에 많은 생각이 바뀌었다.
할머니의 가슴 속엔 여전히 소녀가 살고 있고, 그만큼 더 오래 사셨기에 더욱 정이 넘치고 따뜻한 분이셨다.
내가 '철학'이라고 일컫는 것을 '일상'으로 알고 계셨고, 내가 '이해'해야만 하는 것을 당연히 '알고' 계셨다.
나는 젊답시고 이래저래 옳다고 떠들어대며 고집피우는 것들이 많았는데, 그러한 것들은 할머니의 넉넉한 웃음 한 번에 의미가 무색해질 때가 많았다. 난 어쩌면 항상 당연한 것을 옳다고 주장했는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세월을 보내고 계신 것이 아니라 세월을 살고 계신 것이었다.


인간의 수명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우리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자연적 수명으로는 오랜 시간을 이땅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그 시간은 무병과 무탈을 보장해주지는 않더라도 물리적 길이만큼은 이전 어느 때보다도 압도적인 양을 자랑할 것이다. 이제 서른을 조금 넘겼을 뿐인데 사는 게 팍팍하다. 작품 속 할머니 할아버지들처럼 그렇게 인자하게, 온화하게, 아름답게 늙을 수 있을까. 그렇게 적은 것을 소유하고도 감사하며 살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살아보지 않은 그 삶을 두고서 어떤 장담을 내뱉을 수는 없다. 그래도, 사람을 사랑하며, 외로움을 함께 극복해가며, 보다 선하게 살다가 아름답게 떠나신 그분들의 그 흔적들을 닮아가야겠다고 가만히 다짐해 본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삶. 그 삶의 아름다운 축복, 꼭 우리 함께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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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17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인들의 아름다운 삶의 완결이군요.
박스 안의 작가 후기가 와 닿네요~~ 그분들은 일상이고 당연히 아는 것인데도 우린 잘났다고 척하며 살죠.ㅜㅜ

마노아 2008-08-17 17:40   좋아요 0 | URL
우리가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삶의 연륜과 지혜를 갖고 계시죠. 정말 우린 잘난 척하고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