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를 우주에서 날리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늘 보던 것처럼 종이비행기는 너울거리며 잘 날아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종이비행기는 공기가 없는 우주공간에서는 날아갈 수 없다. 종이비행기는 공간을 채우고 있는 기체를 미끄러지며 비행하기 때문에 기체가 없는 우주공간에서 이러한 비행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동경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스즈키 신지 교수는 우주정거장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려 지구로 귀환하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우주선을 더 가볍게 만들 수 있는 기본적 연구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즈키 교수의 연구에 대하여 일본항공우주개발연구소(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는 올해 미화 30만 달러를 연구비로 제공하기로 결정하였으며 미국 NASA의 허가가 있으면 2008년 안에 일본인 우주인이 우주정거장을 방문할 때 종이비행기를 날리려고 계획하고 있다.
스즈키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고도 400km에서 음속의 20배(마하 20)의 속도로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이 우주유영을 하는 동안 종이비행기를 던지면 지구 중력에 이끌려 비행기가 지구로 재진입하기 시작한다. 이때 종이비행기의 형태는 일반 우주선보다 공기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음속의 20배의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돌입하더라도 지상 100km 정도의 고도에서 속도가 음속의 7배까지 감속된다. 이 과정에서 종이비행기는 대략 200℃ 정도의 열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종이비행기를 단열 재질로 특수 코팅하여 이 온도에서 타지 않도록 한다면 종이비행기가 생존하여 지구로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난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불에 타지 않고 무사히 지구권 안으로 진입한다고 하여도 지구 상공에는 예측하지 못한 기류의 변화와 여러 가지 기상요인 때문에 비행기의 착륙지점을 예측하여 종이비행기를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잘못하면 히말라야 산맥의 에베레스트 산 정상이나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바다에 내릴 가능성도 있다. 스즈키 교수는 종이비행기에 여러 종류의 언어로 평화의 메시지와 회수를 부탁하는 말을 적어 놓아 회수 가능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우리는 얼마 전 한국인 최초 우주인 이소연 양이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로 귀환할 때 매우 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소유즈 캡슐로 우주에서 귀환할 때 발생했던 탄도비행 재진입도 자세히 알고 보면 종이비행기 연구에서 해결하여야 하는 문제와 동일하다. 우주선이 지구로 재진입할 때 대략 음속 20배 정도의 속도를 갖는다. 이때 공기의 온도는 고도 100km에서 영하 80℃ 정도이다. 그러나 우주선에 부딪히는 초고속 공기의 운동에너지가 모두 열로 변환되는 공력가열(aerodynamic heating) 현상 때문에 우주선 표면의 온도는 2,000℃ 이상의 고온으로 변한다. 이 온도에서는 공기 분자는 해리되어 전자 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전파가 통과하지 못하며 이런 이유로 지상과의 교신이 불가능해 진다.
우주선을 보호하기 위해 고온의 열을 우주선 안으로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며 견딜 수 있는 특수재질의 단열 타일을 사용한다. 보통 단열 타일은 기화할 때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특별한 냉각장치를 사용하지 않아도 표면에서 형성되는 고온의 열을 흡수하여 우주선이 견딜 수 있는 온도를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소연양이 귀환할 때는 원래 계획된 비행궤적보다 좀 더 급한 각도를 이루며 대기권으로 진입했기 때문에 진입 속도가 훨씬 빨라졌고 따라서 공력가열에 의한 온도도 더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우주선을 설계할 때 예상했던 온도보다 훨씬 더 높았다면 우주선은 모두 불타버렸을 것이다. 그림 1은 우주왕복선이 대기권 재진입 할 때 나타나는 공력가열을 그린 가상도이다. 우주왕복선의 밑바닥은 내열타일로 덮여 있으며 착륙 후 다시 새것으로 교체한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하는 종이비행기도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공력 가열이 발생하므로 온도가 얼마나 상승할 것인지에 관한 예측과 적절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스즈키 교수는 지난 1월에 길이 7cm 축소형 종이비행기를 초음속 풍동(supersonic wind tunnel)에 장착하여 음속 7배의 속도로 공기를 10초 동안 통과시키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이 실험에서 공력 가열에 의한 최고 온도는 대략 200~300℃ 정도임을 확인하였으며 특수 단열재로 코팅된 종이비행기는 불에 타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종이비행기가 대기권으로 들어오는 각도가 예상보다 큰 경우에는 비행기가 불타버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하여 스즈키 교수는 “과학이란 시도하는 그 자체만으로 이미 많은 교훈을 얻는다.”라고 연구에 자신을 나타냈다. 그림 2는 초음속 풍동 실험에 사용된 종이비행기가 장착된 모습이다.
실제 종이비행기는 비행에서 만날 수 있는 가혹한 환경을 고려하여 일반 종이가 아니라 사탕수수 나무의 섬유로 만들며 고온 환경, 물 그리고 혹독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게 특수 코팅을 하게 된다. 실제 제작되는 비행기의 크기는 20cm x 30cm 정도로 우주왕복선 모양을 모방하였고 무게는 30g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번 시도가 매우 참신한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종이비행기가 지구 표면 어디에 착륙하는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과학적 탐구를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스즈키 교수도 이점을 염려하여 초소형 전파 추적장치를 장착한 종이비행기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의 71%가 물로 덮여 있기 때문에 육지로 착륙할 확률은 29%밖에 되지 않지만, 어느 날 아침 출근하는 차량으로 꽉 막힌 도로 위에 종이비행기가 살랑살랑 내리면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차를 세우고 비행기를 잡기 위해 내려야 할지,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야 할지 고민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확률로만 설명되지 않듯이 스즈키 교수의 간절한 마음이 아주 크다면, 혹시 그 집 앞에 종이비행기가 착륙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과학적 연구에도 신의 가호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
글 : 이창진 교수(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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