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개시!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니 큐브는 던져졌다. 심판이 건네준 큐브를 보자마자 이리저리 돌려가며 여섯 면을 외운다. 안대로 눈을 가린다. 현란한 손놀림으로 큐브를 맞춘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중얼거림이 멈추질 않는다. 모서리에 있는 큐브조각을 하나만 더 맞추면 완성된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다 맞춰진 큐브를 떠올리고 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리고, 나는 큐브를 탁자 위에 놓는다. 안대를 벗자 내 눈 앞에는 완성된 큐브가 나타났다. 사람들을 향해 큐브를 번쩍 치켜드는 심판을 보면서 그때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성공이다.
이렇게 능수능란한 솜씨로 큐브 퍼즐을 맞추는 사람을 보면 ‘나도 큐브를 배우고 싶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가끔씩 TV에서 눈을 가리고도 짧은 시간 안에 큐브 퍼즐을 완성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보면서 하기도 어려운데 보지 않고서도 손에 눈이 달린 것처럼 순식간에 맞추다니. 하지만 큐브 퍼즐은 사실 눈이 아니라 머리로 한다.
큐브 퍼즐은 원래 공간지각능력을 키우는 도구로 발명되었다. 1974년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당시 부다페스트 대학교 응용미술대학 디자인학과 교수였던 에르뇨 루빅 (Ernõ Rubik) 교수에 의해 큐브 퍼즐이 탄생되었다. 3x3x3 퍼즐을 기본으로 하여 2x2x2, 3x3x3, 4x4x4, 5x5x5 등 다양한 종류의 큐브 퍼즐이 있으며, 1979년 국내에 보급된 이래 우리나라에서도 큐브 대회가 열리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3x3x3 큐브 퍼즐은 가로세로로 3칸씩으로 되어 있어서 얼핏 맞추기가 매우 쉬워 보이지만 정작 맞추어 보면 매우 어려운 퍼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초보자는 하루 종일 주물럭거려도 겨우 한 면 맞추면 다행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맞추는 방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혼자만의 힘으로 여섯 면을 모두 맞추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3x3x3 큐브를 돌리면서 섞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려 43,252,003,274,489,856,000가지나 된다. 따라서 그냥 무작정 돌리다가 우연히 맞춘다는 것은 절대로 일어날 수가 없다. 다만 큐브를 빨리 맞추기 위해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해법을 연구해서 효율적인 길을 찾아두었고 우리는 그 길을 따라서 가면 큐브를 빨리 맞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큐브의 중앙 조각은 고정이 되어 있고, 모서리는 2개의 색상이 1개의 조각으로 붙어 있으며, 귀퉁이는 3개의 색상이 1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이는 대표적인 초보자용 해법은 모두 7단계로 이루어진다. 초보자용 해법은 큐브의 모서리 색상부터 맞춘 후 귀퉁이 색상을 맞추어가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서양 쪽에서는 귀퉁이를 맞춘 후 모서리를 맞추는 식의 해법을 더 많이 사용한다.
보통 국내나 해외의 세계적인 선수들이 사용하는 가장 인기 있는 해법은 프리드리히 해법이다. 미국의 제시카 프리드리히가 만든 이 해법은 모두 4개의 단계만으로 큐브를 완성한다. 초보자용 해법은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 알고 있어야 하는 공식의 경우의 수가 1~2가지만으로 해결이 된다. 하지만 프리드리히 해법은 각 단계마다 경우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단계마다 21~57가지나 되는 방대한 양의 공식을 모두 알고 있어야만 큐브를 완성할 수 있다. 많은 공식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하는 만큼 배우기는 까다롭지만 공식을 모두 알고 있다면 훨씬 쉬워진다. 초보자용 해법을 사용해 큐브를 맞추는 것이 국도로 가는 것이라면 프리드리히 해법은 고속도로로 달리게 되는 셈이다.
현재 국제큐브협회 공인 대회에서 세운 세계 기록은 믿기 힘들겠지만 단 11.28초이다. 공식대회에서는 큐브를 섞을 때 쉽게 섞이면 기록이 빨라질 수 있으므로 5회 평균으로 기록을 공인받는다. 우리나라에도 큐브 대회에서 20초 이내에 큐브를 다 맞춘 기록을 보유한 사람이 2008년 현재 무려 40명이나 있다.
큐브를 눈을 가리고 맞추기 위해서는 큐브가 섞여있는 형태를 모두 암기를 해야 한다. 각 면에 9개씩의 색상 스티커가 모두 여섯 면에 있으므로 색상 배치를 모두 다 외우면 54개가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방법은 비효율적이라 각 면의 스티커 색상으로 암기를 하는 방식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보통 암기를 할 때는 미리 약속된 숫자나 문자형태로 각 조각들마다 미리 고유 번호를 매겨두고 섞여있는 각 조각들이 찾아가야 할 자리의 위치에 해당하는 번호들을 숫자나 문자열 상태로 외워둔다. 그리고 고정이 된 중앙조각을 뺀 나머지 20개의 조각의 위치와 방향(모서리 12개, 귀퉁이 8개)를 암기해서 맞추게 된다.
모두 암기한 후, 큐브의 다른 부분은 전혀 섞지 않고 오직 2~4개의 조각의 위치, 방향만을 바꿀 수 있는 공식을 반복해서 사용한다. 숫자나 문자열이 미리 약속해 둔 순서대로 제자리를 찾아가게끔 공식을 사용하고 맞추어진 부분에 해당하는 숫자열이나 문자열은 머릿속에서 하나씩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맞춘다. 머릿속에서 모든 숫자열이나 문자열이 사라지면 비록 눈을 가렸던 상태였더라도 큐브는 모두 맞춰진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알고 보면 큐브 퍼즐은 단순한 어린이들의 장난감이 아니다. 간단하게 생겼지만 절대로 쉽지 않으며 실제로는 매우 까다로운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는 퍼즐이다. 큐브 퍼즐은 집중력, 관찰력, 기억력을 크게 향상시켜주고, 양손의 10개 손가락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쉬지 않고 생각을 하게 함으로써 지능 계발에 큰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는 2006년 전국의 크고 작은 36개의 큐브 동호회 연합체로서 대한큐브협회(http://www.cube.or.kr)가 창립되었다. 그 후 각종 큐브 대회 개최를 통해 국내 선수들의 랭킹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큐브 퍼즐을 본격적인 두뇌 스포츠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큐브 퍼즐은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쉽다. 재미있으면서도 지능 계발에 도움이 되는 두뇌 스포츠 큐브 퍼즐. 잘 안 맞춰진다고 포기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하다보면 그만큼 뿌듯함도 배가 될 것이다.
글 : 김경호 대한큐브협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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