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10 - 완결
아시하라 히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완결편이다.  본편의 내용은 8권에서 끝났지만 9권과 10권은 외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이야기는 다이고의 초등학교 시절 모습과 겹쳐서 나오는데 뜻밖에도 다이고는 울보 녀석이었다.  그때도 후지랑 투닥거리며 싸웠는데 선생님과 함께 묻은 타임캡슐 속에 그가 보관한 것은 한장의 그림이었고, 그 뒷면에는 '겁쟁이 반납'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린 동생이 생기면서, 또 지켜주고 싶은 안을 만나면서 다이고는 자기 안의 작은 울보를 졸업해 버렸다.  투박해 보이고 퉁명스러울 때도 있어 보이는 악동같은 이미지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상냥하고 따뜻한 다이고.

20년이 지나 다시 열어본 타임캡슐과 조촐한 동창회. 그리고 많이 늙어버리신 선생님. 선생님에 대한 추억과 존경과 사랑이 오늘날 초등교사가 되어버린 다이고를 만들어내는데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되어도 상관없어요. 상냥항 사람, 착한 사람, 바보든 멍청이든 상관없어요. 
되고 싶은 사람이 되든 못 되든, 아무리 낙오자가 되어도 선생님은 화내지 않아요.
어떤 인생이든 상관없어요.  단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세요.
자신에게만은 거짓말하지 말고, 얼버무리지 말고, 신념을 가지고 정직하게.
선생님은 여러분을 믿어요. 20년 후에 여기서 만납시다.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어도."

어떤 인생이라 하더라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된다고 말해주는 선생님이라니. 일견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 가장 지켜야 할 중심을 세웠다는 생각도 든다.

다이고는 날마다 사고를 치고 말도 잘 안 듣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감을 잃기도 하고 자신이 초등교사로서 제 자리에 있는 것일까 자꾸 반문하지만, 그런 의문조차 품지 않는다면 어찌 교사라고 할 수 있을까.  다이고의 선생님이 그랬듯이 다이고 역시 아이들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아이들은 어리지만 충분히 성장하고 있었고, 그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 남은 '희망'.  학생들이 고른 연극은 작가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도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행복한 결말과도 만나버린다.

안은 결혼한 뒤 시마네에서 헬퍼 일을 하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나락 속에서 헤매었던 그녀이기에 그 일을 더 잘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머니의 상냥함과 다른 성격으로 안의 상냥함은 좀 더 편안한다.

악동 타케루의 아버지 창고에는 지금은 쓰지 않는 온갖 물건들이 가득했는데 게 중에는 고가의 천체망원경도 있었다.  동경하는 아이들에게 거저 주겠다고 하자 초등교사 다이고는 펄쩍 뛰며 말리고, 부모님들께 먼저 받아도 되는지 허락을 받아오라고 한다. 그래놓고는 중요한 판단과 책임을 부모님들께 미룬 것 같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음 그릇이 크고 생각도 깊다.

리쿠는 형제가 다섯이나 되는 가난한 집의 아이인데 그 아버지는 그렇게 고가의 물건을 받을 수 없다고 아이를 설득했다.  아이는 수긍했고 자신이 어른이 되어 스스로의 힘으로 장만하겠다고 다짐한다.  아이의 꿈은 우주 정거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인데, 악동 타케루와 투닥거리면서 두 아이가 함께 자라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눈부셨다. 

한때 미래의 자신에게 메일을 보내는 게 유행을 했는데, 일년 뒤의 나에게 메일을 보낸 것이 일년 뒤 바로 그 날의 일주일 전에 '예고' 메일이 도착한 것이다.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으니 참 김이 세버렸다. 그렇게 일년 뒤 말고, 십년 뒤 이십 년 뒤의 나를 상상해 본다.  그 순간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날마다 그려본다면, 그리고 그 꿈을 향해 노력한다면 정말 온 우주가 나의 소망을 다독이며 함께 도울 텐데. (요새 그런 메시지의 책들이 참 많다. 옳은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 )

마지막에 시간을 뛰어넘는 모습과 쉰살이 되어서 타임캡슐을 묻은 나무 곁에 서 있는 다이고의 뒷모습으로 작품을 끝맺는데 연출이 마음에 든다.

완결을 이미 짓고 그 다음에 연달아 외전을 두권 읽어서인지 완결에 대한 아쉬움이 덜하다.  모처럼 좋은 작품을 만나서 오래오래 뿌듯하다.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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