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7
아시하라 히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열두 살의 겨울, 엄마의 자살과 함께 친구들을 얻었다.  신사에 가서 소원을 빌기를 평생 다이고와 함께 있게 해주세요...라고 했던 안. 어쩌면 그 소원은 정말 이뤄졌는 지도 모르겠다.  다이고와 사귀고 헤어지고, 그러고도 잊지 못해 후지와도 헤어져야 했던 안.  스무 살 성인식에 모처럼 시마네를 방문해 다이고를 만나지만 마음은 열 두 살 그 겨울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아빠를 따라 도쿄로 돌아갔던 일. 다이고와 심하게 싸웠던 일, 헤어지자고 말했던 일.  그 모든 것들을 다 후회한다고 말하는 안과 달리, 다이고는 어느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둘 모두에게 최선이었노라고. 어떻게 가도, 어떤 길로 가도 결과는 똑같았을 거라고.  누구도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고. 스스로 행복해져야 한다고. 힘내라는 그 말.

그 말이 진짜 이별이 되어, 안은 울보 자신과도 이별을 한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결심한 그대로 울지 않는 커리어 우먼이 되어 열심히 일을 하는 26세 성인이 된다.  단기대를 졸업한 그녀가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그 '울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인데, 날마다 막차를 타고 퇴근하다가 지하철에서 만나게 된 사쿠라씨. 일류 회사를 다니고 건방진 면도 있지만 나름 어린애 같기도 한 이 사내.  처음으로 다이고가 아니어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와의 결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1권의 맨 첫부분, 모래시계를 6년 만에 다시 발견하는 장면으로 돌아간다.  다이고와 후지와 달리 상냥한 면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또 다른 매력으로 안을 품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은 '약함'을 저주하는, 눈물을 혐오하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었다.  배려도 없고 따뜻함도 없는 그런 사내와는 차라리 결혼이 깨진 것이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안은 자신의 한계에 부딪힘을 인정한다.  신경쇠약으로 찾은 병원에서 일러준 그 말. 너무 애쓰지 말라고. 너무 노력해서 병이 생겼다고...  12년 전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도 그랬다.  너무 애쓰고 노력해다가 지나치게 지쳐버려서 결국 삶의 끈을 놓아버린 엄마.  그 엄마의 발자취를 안이 따라가고 있었다.  모래 박물관에 찾아가는 야간 기차 안에서 우연히 알게 된 아주머니의 말처럼, 그녀는 지쳐 있었다.  마치 '원죄'처럼 그녀가 끌어안고 가는 엄마의 자살.  누군가에게 기대보기도 하고 혼자 힘으로 일어서기 위해 무던히도 애써 보았지만, 그 어느 쪽도 그녀에게 휴식을 주지 않았다.  안타까움이 모래처럼 스민다. 잘 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아직 7권이니까 남은 3권의 분량에서 반드시 행복해지길 기원하며...(꼭 그렇게 되어야 해!)

성인식날 기모노를 입고 동창회를 열어 은사님께도 인사하고 자기들끼리 축하주를 나누는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성인식날이라고 한복을 입는 모습은 볼 수 없지 않은가.  전통한복은 평상시에 입고 생활하기 너무 힘이 드니, 생활한복이라도 좀 대중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너무 비싸기도 하거니와 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말이지...;;;;;

일본 만화를 보면 확실히 문화차이를 느낀다.  우리나라에선 졸업 후 진로가 어떻게 되든 일단 대다수가 대학진학을 결정하는데, 그래서 고학력 백수를 많이 배출하기도 하지만. 일본은 대학 진학하는 애들과 애초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을 결정하는 학생들이 많아 보인다. (혹시 나의 착각인가?) 집을 팔아야 학비를 댈 수 있을 것 같은 지금의 대학 등록금과 살리지 못하는 전공들을 떠올려 보면 너무 비생산적이란 생각이 든다.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좀 실속있는 교욱정책과 교육관이 필요하다.

얘기가 샜다. 뒷권도 들고 나올 것을 한권만 들고 나온 게 아쉽다.  여기는 언니의 가게 매장.  들어오는 손님들이 귀찮으려고 하니 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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