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옷에 구멍이 뽕! - 우리 옛이야기 곧은나무 그림책 20
박영란 지음, 김원희 그림 / 곧은나무(삼성출판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전래동화나 옛 이야기 그림책을 보면, 이야기 자체는 너무도 익숙해서 신선함이 떨어지지만 그림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10명의 작가 그림을 본다면 10개의 서로 다른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창작 동화나 명작동화보다 유독 우리 옛 이야기를 표현한 그림들이 해학이 넘치고 개성이 뚜렷한 화풍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 역시 전래동화의 특성답게 '권선징악'적 구조를 띄고 있다.  그렇다고 진부하다거나 고리타분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런 이야기들도 아이들이 즐겁게 느끼고 또 배움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좋은 독서가 될 테니까.

한 나무꾼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갑자기 만난 소낙비에 빈집으로 들어간다.  그러다가 깜박 졸게 되었는데 한밤중에 도깨비들이 나타나서 시끌벅적하게 논다.  동이 터서 도깨비들은 사라지고 나무꾼은 도깨비들이 흘리고 간 옷을 하나 발견하는데, 이 옷이 요술옷이다. 입으면 감쪽같이 몸이 보이지 않고 벗으면 다시 눈앞에 드러나는 요술 옷.

신기한 옷을 손에 쥐자 나무꾼의 마음에 욕심이 깃들어 버린다.  남의 재물도 훔치고 쌀도 훔쳐 큰 부자가 되고 만 것.  그러던 어느 날, 대장간을 기웃거리다가 그만 불똥이 튀어서 옷에 구멍이 나고 만다.  구멍 난 자리를 빨간 헝겊으로 메꿔버린 나무꾼.  그 헝겊 덕분에 사람들에게 발각이 되어서 혼쭐이 나고 만다.

색감이 밝아서 눈에 띄고 종이도 두꺼워서 아이들의 거친 손길에도 끄떡 없을 듯하다.  '도깨비'라는 존재에가 우리 옛 이야기 속에선 무섭기보다 재미난 친구 정도로 묘사되는 편인데, 일본 도깨비의 정형화에서 벗어나는 훈련도 필요한 듯 싶다.  이 책은 그 면에서 나름의 개성 넘치는 도깨비 모습을 그려내었다.

도깨비 옷이 생겨서 누구 눈에도 띄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나라면... 아마 공연장에 가 있지 않을까... 근데 '존재감' 없이 훔쳐보는 것은 재미가 떨어질 거란 생각이 든다.  일종의 자부심이랄까 허영심이랄까, 그런 맛이 충족되질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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