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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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만든 것이 미국이에요. 헌법에서는 상해임시정부 법통이다 뭐다하는데 이건 전부 거짓말이에요. 상해임시정부는 말기에 강령을 발표해서 대기업의 국유화라든가 기업 이득을 노동자와 자본가가 비슷비슷하게 나누는 균점이라든가 이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말기에는 우파인 김구 선생과 좌파인 조소앙 선생이 손잡고 같이 했던 형태다 보니까 나름대로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던 것인데, 대한민국이 건국되면서 이런 성향이 전혀 보이지 않았구요. 이런 성향을 그대로 간직한 진보당, 그러니까 조봉암 선생의 진보당 같은 경우 정권에 의해서 법살(法殺)을 당하고 탄압을 당했습니다.
대한민국은 근본적으로 식민지 시대의 한국인 관료를 이용해서 미국이 만든 겁니다.

-26쪽

우민화의 원천이 여럿 있어요. 하나는 교육제도입니다. 우리 교육이 사실상 노예들을 기르는 거잖아요. 일제강점기 때도 노예를 길렀는데, 일제강점기에는 절반 정도가 학교를 못 다녔고 학교에 다녀도 일본 놈들이 가르치는 것이 좀 거짓일 거라는 의식이 있었거든요. 지금 같은 경우에는 다들 대학교까지 다니지 않습니까? 대학교까지 누가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32쪽

지승호) 지금 인터넷을 보면 "조승희의 범죄는 한국인들과 상관이 없다"는 미국인들의 지극히 당연한 태도에 감동해서 "역시 미국은 다르다"는 반응들이 많은데요.

박노자)노예 심리예요. 노예는 주인의 부드럽다 싶은 말 한마디에 다 녹아버립니다. 그러면서 자기보다 더 아래에 있는 사람, 자기보다 힘없는 사람을 평생 짓밟아도 반성을 하지 않죠. 외국인 노동자들이 떼죽음을 당해도 ‘사고가 날 수도 있지’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46쪽

한국 같은 경우 태어날 때부터 미국을 거의 하나님쯤으로 생각해왔지 않습니까? 신문이든 학계든 ‘선진국 미국, 동맹, 혈맹’ 등의 단어가 나오고, 미국이야말로 세계 중심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것인데요. 한국인의 가장 중요한 교육적 자산이라는 게 영어이고 또 대다수는 영어 빼고는 할 줄 아는 언어가 없잖아요. 한국인으로서 가장 배우기 쉬운 언어는 일본어나 중국어일 텐데 그걸 배우는 사람은 소수구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에 목을 매고 있고 그게 자기의 중요한 재산이 될 텐데 자기의 중요한 재산을 누가 평가절하 하겠어요?
-47쪽

조선시대 노비들은 굶어죽을 위험성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양반으로서는 자기 노비를 먹여주지 못하면 체면이 깎이니까 파산하지 않는 한 노비를 먹여 살렸거든요. 때문에 노비는 절대적 기아에 빠지지 않았어요. 어쨌든 간에 우리는 배고픈 노예를 알고 있는데, 배부른 노예는 배고픈 노예보다 더 비참한 지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예컨대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젊은이들을 기다리는 것이 배부른 노예, 이런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52쪽

노예라는 게 뭘 의미하느냐 하면, 불안정한 노동이 일반화되다 보니까 직장에 들어가도 늘 눈칫밥 먹고 사는 것이 주된 일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노동자 개인의 직장에 대한 교섭력은 훨씬 작아질 것이고, 직장의 규율은 적극적으로 강화될 겁니다. 주인한테는 거스르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 있는 거죠. 노조가 약하면 일개 노동자는 직장 주인에 대한 교섭력을 거의 잃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비정규직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비정규직으로서 유일한 저항수단은 이직인데, 이직해봐야 똑같은 비정규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에는 그 저항수단에도 영영 의존할 수 없어서 대단히 무력한 상태에 빠지는 거죠.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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