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의 가르침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하나님이 그 아기를 찾아간다는구나. 그리고 그 아기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다 알려주시고는, 손가락으로 아기 입술을 지그시 누르며 "쉬"하고 말씀하신단다. 하나님은 그렇게 아기와 비밀을 간직하자는 약속을 하는 거야. 네 얼굴을 보면 코 바로 아래 부분, 윗입술 위에 움푹 들어간 자리가 있지? 인중이라 부르는 그곳이 바로 하나님의 지문이 남아있는 자리, 하나님과 네가 한 비밀 약속의 흔적이다. -27쪽
샘,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건 그냥 다른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명심해라. 네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이 네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을. -34쪽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 그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노여움이 치미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상대방이 없으면 내가 살 수 없다고 느끼는 관계라면, 그들은 감옥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가 아니다. -41쪽
"상처가 아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우리 몸속에 다 있습니다. 필요한 영양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 스스로 알아서 상처를 치유하죠." 의사의 말이 내 가슴에 와 닿았다. 몸의 상처가 그렇게 치유된다면,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되는 것일까? 아기들이 태어날 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지혜를 지니고 태어난다는 옛 예언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도 우리 안에 다 있을 것이다. -55쪽
한 소년이 성경을 공부하고 있었다.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끙끙대고 있는데, 선생님이 탐스런 사과 하나를 손에 들고 다가와 말했다. "성경에 있는 모든 말씀은 이 빨간 사과 한 개에 다 담겨 있단다. 갖고 싶지 않니?" 소년은 벌떡 일어나 사과를 움켜잡으려고 손을 뻗쳤다. 그러나 손이 닿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펄쩍 뛰었다. 하지만 키 큰 선생님이 들고 있는 사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높이 뛰었다. 뛰고, 뛰고, 또 뛰고...... 그러나 매번 빈손ㄴ이었다. 미친 듯이 뛰던 소년은 녹초가 되어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고는 움켜쥔 두 손을 자기도 모르게 벌려 앞으로 내밀었다. 가지런히 모은 두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들고 있던 사과를 소년의 손바닥 위로 툭 떨어뜨렸다. -82-83쪽
누군가 빨리 와서 날 도와주길 바라는 마음은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때로 그것은 곧바로 충족될 수 있는 욕망이 아닐 수도 있다. 그걸 받아들이고 싸움을 멈추자 비로소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99쪽
정신건강을 연구하는 많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간이 느끼는 가장 고통스러운 감정이 부끄러움이다. 그들 말이 맞을 것이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사람을 미워하게 되어 있다. ‘경명’을 당했다는 이유로 너무나 많은 폭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경멸이 진정한 원인은 아니다. 어떤 사람의 시선이나 말, 혹은 행동에서 스스로가 느낀 부끄러움 때문이라고 하는 게 오히려 맞을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창피한 부분을 드러내면, 스스로 따돌림을 받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103쪽
샘, 네가 믿을지 모르겠지만, 감추고 싶은 부분이 드러나면 수치심을 느끼는 것처럼, 감추고 싶은 부분을 드러냄으로써 수치심을 치유할 수가 있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마음의 자유는 그럴 때 얻게 되는 것이다.
-104쪽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역사라고 해서 없었던 것으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용기를 갖고 맞선다면 그런 역사는 결코 다시 오지 않는다.
-116쪽
샘, 네가 갖고 있는 문제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너와 내가 아무리 ‘원해도’ 네가 느끼는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고통으로부터 도망갈 수도 없다. 하지만 네가 네 자신에게서 벗어나 세상으로 걸어 나가는 순간 깨닫게 될 것이다. 네가 상상했던 것보다 네 그릇이 훨씬 더 크고 멋있다는 것을. -131쪽
난 어머니가 나선 것이 만족스러웠다. 나를 위해 싸워서가 아니라, 날 믿고 내 이야기를 들어준 게 뿌듯했다. 어머니는 내가 도움을 요청한 후에 도움을 주었다. 당신 혼자 알아서 판단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아들을 위해 싸우되, 그것을 당신의 싸움으로 번지게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아들을 믿고 이해하는 차원이었다. -154쪽
샘, 네가 엄마 아빠를 생각해주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가족이 서로를 보살펴주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도 흔치 않다. 하지만 부모의 짐을 네가 대신 짊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 기회 있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부모가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하면, 그러니까 자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자기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자기 몫의 삶을 누리지 못하면, 그건 자기 영혼을 저당잡히는 것과 같다. 부모가 자기 영혼을 저당잡히면 그 이자는 고스란히 자녀들이 갚아야 할 빚이 되고 만다.
-156쪽
샘, 부모는 언제나 부모일 수밖에 없고, 자식은 언제나 부모의 인생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보게 되어 있다. 그래서 자식과 부모는 서로 보살펴야 한다. 자식이 부모를 보살피는 방법은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 그리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일깨워드리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보살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스스로를 잘 보살피는 것이다. 부모가 자기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 그 아이들도 자기 미래를 행복하게 내다본다. -160쪽
랍비인 내 친구가 알려준 것인데, 성경에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번역된 구절의 히브리어 원문은 "안으로 들어가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여행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은 아니었다.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여행이기도 했던 것이다.
-163쪽
벼랑으로
"벼랑으로 오렴!"안돼요...... 무서워요." "벼랑으로 오라니까!" "안돼요...... 떨어지잖아요." "벼랑으로 와!" 마침내 벼랑으로 가니, 그가 나를 밀었네. 나는 날아올랐네. -166쪽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기쁨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아라. 혼자 알아내는 것보다 함께 발견하는 기쁨이 훨씬 큰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알고 이해하면서, 사랑하는 이의 곁을 지키는 존재를 넘어,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지키는 존재가 될 수 있다. -171쪽
네가 자폐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자폐증이 곧 너는 아니다. -193쪽
우리에게 붙여진 ‘꼬리표’ 때문에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려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한테 말조차 걸지 않거나 우리를 믿지 않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나는 척추손상으로, 넌 자폐증으로 단지 남들과 모습이 다르고 행동하는 방식이 다를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노마가 내게 가르쳐준 것처럼 우리도 사람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다. 샘, 우리 이렇게 말하자. "할아버지는 몸에, 저는 마음에 사고를 당했어요. 하지만 우리 영혼이 다친 건 아니에요."
-193쪽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누군가와 친밀한 시간을 보내며 그 사람의 이야기에 누구보다 더 귀기울여 들어주었을 때, 그로 인해 어떤 사람이 이전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면, 그 하루는 의미 있는 하루다. 그럴 때 나의 하루가 생산적이었다는 느낌이 들고, 그런 하루를 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게 된다. -199쪽
모든 아픔은 과거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가 예전에 무엇을 가지고 있었든, 예전에 어떤 존재였든 관계없이 말이다.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고통을 낳는다. 사람들은 고통이 빨리 사라지지 않으면 스스로를 탓한다. 고통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자신이 강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또 자기가 애초에 너무 나약했기 때문이라고,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상처는 그렇게 치유되는 게 아니다. 상처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순순히 말을 듣지 않는다. 상처는 그 자체의 방식으로, 필요한 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아무는 것이다. -209쪽
네가 입은 상처가 아무리 깊더라도, 그 상처가 아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네 안에’ 있다. 상처를 아물게 하려면 고통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보살펴주면 된다.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212쪽
네 이력서가 성공의 잣대가 된다 하더라도, 네 영혼이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는 걸 항상 기억하기 바란다. 부나 명예가 아니라 누군가를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사랑하는 성인으로서의 책임 말이다. 샘, 사랑하거라, 어제보다 조금 더!
-224쪽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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