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와 클로버 2
우미노 치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에 TV를 보면 대학생들의 생활은 그야말로 낭만 그 자체였다.  당시 아주 인기있었던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를 떠올려 보면, 그들의 농활이라든가 동아리 활동 등은 모두 꿈의 대상이었다. (늘 놀기만 하는 의사라니....;;;;)

TV가 아니어도, 그 무렵에 대학생이었던 사람들에게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많이 따라온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투쟁을 격렬하게 했던 시절이었고, 거기에 참여를 했건 안했건 그 시절을 온몸으로 겪은 사람들에게는 많은 이야기거리가 있었다. 

지금도 우리의 청소년들은 "대학입문"에 목숨을 걸고 입시생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막상 대학을 가고나면 속았다!라고 느끼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생긴다.  그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보내서 얻은 대가의 '대학'이라는 것이 그렇게 멋지지도 낭만적이지도 않고, 심지어 실용적이지도 않다는 진실을 알게 되면 배신감 느끼지 않을까. 

심각한 교육문제를 얘기하려던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을 읽다 보니, 이들의 너무도 서툴지만 열정적이고, 심지어 예쁘기까지 한 대학생활이 너무 부러워서 심통이 조금 났을 뿐이다.  내가 대학 시절에 동아리 활동이라도 해보았더라면 이들이 부럽지 않을 추억 몇 개는 가졌을지 모르겠지만, 내겐 그런 것도 없어서 부러워 배가 아플 지경이다.

미대 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생활비가 떨어져서 옆방 친구나 선배에게 기생을 하거나, 혹은 아르바이트에 치여서 유급을 당하더라도(무려 7학년이 되어버리는 선배라니..;;) 씩씩하게 웃을 수 있는 그들의 청춘이 눈부셨다. 

그들은 단지 젊고 풋풋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사랑에 대한 아픔이 있고 가족에 대한 서러움도 있고, 장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도 있는 청춘들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현실 속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의 우리나라 대학생들에게서 이런 스토리가 있을 것인가 짐작해보면 찾기 힘들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전공을 살려서 꿈에 매진하는 대학생?  낯설다.  교수님과 호형호제하는 그런 분위기?  역시 낯설다.  고향에서 보내준 음식들(그것도 아주 토속적인 색채의 음식들)을 나누며 잔치를 베푸는 그런 모습들... 과연 있을까?

있을 수도 있겠다.  내 경험이 부족해서, 내 견문이 낮아서 못 듣고 사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 거라면 오히려 좋겠다.  이런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그저 이야기가 아닌 진짜 우리네 삶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몹시 질투가 나겠지만.

전체 이야기의 20%밖에 아직 보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왜 이 작품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이야기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까...(다들 나처럼 배가 아팠을까???)

네잎 클로버를 찾지 못하 낙심한 하구미에게, 세잎 클로버는 "행복"이라고... 네잎 클로버의 "행운"보다 더 멋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런 인형같은 외모는 여자들의 적이야. 버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