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Emma 8
카오루 모리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본편도 꽤 재밌게 읽은 편이지만 외전이 압도적으로 재밌었다.  본편의 주인공들이 아닌, 그들 외곽의 사람들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풀어준 에피소드들을 모았는데 무척 생동감 있었고, 그 어느 이야기보다도 19세기의 영국 사회를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첫번째 에피소드가 참 극적이었다.  엠마가 처음 메이드 일을 했었던 켈리 선생님의 젊었을 적 이야기이다.  무뚝뚝하고 드세기까지 한 이런 여인도 이만큼의 매력이 있구나 싶은...

게다가 만국박람회를 보기 위한 그들의 눈물 겨운 투쟁은 서민의 삶을 제대로 보여준 듯 했고, 신혼 부부의 알콩달콩 사랑도 엿볼 수 있어 더 흐뭇했다.  몹시 까칠한 친구 알이 나이 들어서 그 영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이들의 오랜 우정이 참 정겨웠다.  비록 남편은 돌림병으로 일찍 죽었지만, 캘리는 오랜 세월 지나도록 그때의 추억을 되새기며 힘을 내었을 테지...

다음은 엘레노아의 새 사랑 이야기이다.  극성스러운 언니 모니카가 여전히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해주었고, 엘레노아 역시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는, 또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난 듯해서 내가 다 안심이었다.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것은, 이루어진다면 멋지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고되어서 그냥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서로 마음 덜 다치고 사는 게 낫다... 싶어서 말이다.

The Times도 몹시 독특한 구성을 가졌다.  신문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는 갖가지 이야기들을 구성했는데, 본편에 나오는 사람들과 별로 관계 없는, 그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누군가는 신문을 통해서 광고를 하고 또 누군가는 소식을 전하며 안부를 묻고, 또 누군가는 바람을 피할 도구로, 음식을 싸는 포장지로 그것들을 사용했다.  모두 자기의 쓸모에 맞게 신문을 이용하는데 이번 이야기들의 장점인 리얼리티를 잘 살린 듯해서 감상이 즐거웠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타샤의 이야기이다.  늘 실수투성이인 그녀가 모처럼 휴가를 얻어 가족들을 만나러 간 이야기가 중심인데, 그 가족들의 하나하나 열심인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대단치 않지만 또 하찮지도 않은 그들의 삶이 몹시 아름답게 보였다.  다들 나름대로의 목표가 있었는데 그저 막연히 시간을 보냈던 타샤는 뭔가 허전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지만 돌아온 직장에서 나름 자신을 환영해준다고 믿고(착각하고) 다시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녀다워서 좋았다.  엠마가 없더라도 힘을 내주기를...... 화이팅!

외전이 또 나온다고 하니 기쁘다.  다음엔 엠마와 윌리엄의 이야기가 이어질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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