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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6 - 마지막 김장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이번 이야기에는 자잘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다.
큰 제목은 마지막 김장인데, 아무래도 워낙 오래된 전통음식인지라 할 이야기가 좀 더 많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작품 속에서는 김장김치를 하면서 식구들이 모여 가족애를 다지고 우리의 맛과 멋을 살린다!라는 취지를 강조하는데, '며느리'들에게 김장김치가 얼마나 고역일까 생각하며 큰며느리의 주장이 나쁘진 않게 보인다. 그러나 또 사서 먹는 김장 김치란 게, 편하기는 하겠지만 고유의 맛이 아닌 규격화되고 획일화된 것이어서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 음식의 맥은 이어야겠고, 귀찮고 힘든 것은 싫고... 참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작품 속에는 퇴사당하고 집안에서 가장의 권위가 사라진, 그래서 주눅들어 어깨가 무거워진 가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이고 여전히 안타까운 사회문제라고 하겠다.
과메기라는 생선은 이름만 들어보았지 어떤 맛인지도 모르고, 얼마만큼 유명한지도 몰랐던 내게 과메기 이야기는 제법 흥미로웠다. 포항에 내려간 한기자가 오매불망 원하던 서울행을 포기할 만큼의 맛이라니, 내 상상으로는 얼마만큼의 환희를 준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한기자가 마지막에 다음 겨울을 기다리며 전통적인 방법으로 과메기를 완성시키겠다고 하며 묘사한 구절은 몹시 인상 깊었는데, 운치 있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겠다.
여기는 8.000m는 허영만 화백이 직접 K2를 다녀온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실제 사건과 실제 인물들을 바탕으로 구성했는데 짧지만 알찬 구성이었다. 도저히 음식을 먹고 소화시킬 수 없을 만큼의 높은 지대에서 돌아가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상상한다는 것, 어쩐지 짠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었다.
빙어 이야기는 진수와 성찬의 소소한 싸움과 화해의 과정을 그렸는데, 나름대로 둘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생으로 먹는 빙어가 나로선 끔찍하게 느껴지는데, 맛을 모르는 나의 무지함의 소치일 테지..;;;
대게 승부는 이번 편에서 가장 재밌게 본 이야기이다. '대결'이 나오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하기도 했지만, 대게의 그 탐스러운 맛이 절로 연상이 되어서 더 공감이 갔던 듯 싶다. 마지막에 대게 라면이 사진으로 나왔는데, 국물이 얼마나 얼큰할까를 상상하며 역시 군침을 삼켰다. 엄청 고가일 테지만, 그래도 맛은 제대로 보장해주지 싶었다.
나의 직장동료는 한약으로 식욕을 억제해서 다이어트 중인데, 3주 동안 500g만 빠지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맛의 즐거움을 억제한 그녀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 싶다.(그러다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