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영화·드라마·음악 업체의 이용자 컴퓨터 활용 개념
영화·드라마·음악 등을 인터넷을 통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하는 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서비스 이용자의 컴퓨터와 인터넷 장비를 대가 없이 마구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업체들은 서버(컴퓨터)와 인터넷 통신망을 증설하지 않으면서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비용을 이용자에게 몰래 떠넘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트리밍이란 음악이나 영화 등을 컴퓨터나 단말기로 내려받지 않고 온라인 상태에서 바로 실행해 듣거나 보는 방식이다.

12일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에스케이텔레콤은 ‘멜론’이란 이름의 음악 서비스를 하면서 기존 이용자의 컴퓨터와 인터넷 통신망을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같은 지역에서 두 이용자가 같은 음악을 듣겠다고 하면, 멜론 서비스의 서버가 먼저 듣기를 시작한 이용자 컴퓨터로 하여금 재생을 끝낸 음악 데이터를 나중에 신청한 이용자 컴퓨터로 보내주게 한다. 인기 음악의 경우, 재생 뒤 데이터를 이용자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저장했다가 같은 지역의 다른 이용자가 요구하면 보내주기도 한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런 방법으로 음악 데이터를 보관하다 신청을 받으면 보내주는 구실을 하는 컴퓨터와,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통신망 구축 및 운영비를 절감하고 있다. 이용자 장비로 대신하는 것이다. 이용자쪽에서 보면, 에스케이텔레콤이 사용하는 것만큼 하드디스크 용량을 사용하지 못하고 인터넷 속도도 떨어진다. 성능 낮은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자들은 불편함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에스케이텔레콤은 2004년부터 이용자 장비를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고 있다.

» 멜론 약관 꼼꼼히 읽어보니 에스케이텔레콤의 음악 서비스 멜론의 약관 일부. 약관을 자세히 읽고 동의하는 사람이 드문 현실에서 멜론 서비스의 약관에는 이용자 피시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이용자 피시의 네트워크장비와 회선을 임의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멜론 이용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명확하게 설명하지도 않았다. 이 업체의 ‘멜론 플레이어 이용 약관’을 보면, 회사는 대용량 데이터를 더욱 원활히 전송하기 위해 ‘이용자 피시의 네트워크 장비를 임의로 사용합니다’, ‘이용자 피시의 스토리지를 임의로 사용합니다’, ‘이용자가 의도하지 않아도 이용자 피시에서 자동으로 가동될 수 있습니다’라고만 돼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이용자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는 양질의 음악서비스가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케이티에프와 엘지텔레콤은 이용자 장비를 활용하지 않으면서 음악서비스를 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인터넷으로 음악을 신청해 들을 때 사용하는 ‘멜론 플레이어’ 프로그램에 추가한 ‘피어링포털’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의 컴퓨터와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 신청자와 같은 지역에 있는 이용자 컴퓨터들의 상태 및 각 컴퓨터에 어떤 음악 데이터를 가져다 놨는지를 살펴, 신청받은 음악 데이터를 보내주게 한다. 11일 현재 피어링포털 공급업체 홈페이지에는 38개 업체가 고객으로 등록돼 있다. 그 중에는 싸이월드, 벅스, 네이트, 엠에스엔뮤직, 문화방송, 서울방송 등도 포함돼 있다.

멜론 이용자 김아무개씨는 “음악 서비스는 유료로 제공하면서, 이용자의 컴퓨터와 인터넷 통신망은 이용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대가도 없이 이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피어링포털 기술을 내장한 멜론 플레이어와 뺀 것을 함께 내놓고, 이용자에게 선택하도록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한겨레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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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4-1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심들이 썩었어요..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