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하지만 우리사회 이렇게 안타깝고, 기막히고 그리고 무서운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죠. 아직까지는 이웃간의 정이 있고 또 살만한 곳이라는 사실 혹시 잊고 계신 것은 아닌가 해서 저희가 실험을 하나 해봤습니다.
송인호 기자입니다.
<기자>
하루 평균 차량 5만 대가 통행하는 남산 1호 터널.
2천 원의 혼잡 통행료를 받는 이 곳에서 앞차가 얼굴도 모르는 뒷차 운전자의 요금을 대신 내줬습니다.
[징수원 : 손님, 앞 차에서 계산하셨거든요.]
[모르는 차인데...혹시 뒷차 아니예요?]
[일행 아닌데...]
[저 차가요? 왜?]
[그럴수가 있어요?]
대체로 의아하다는 반응들이었는데 불쾌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니 난, 기분이 별로 안 좋아. 왜 이유없이 내가 왜 그걸 받아야돼?]
이번에는 앞차가 요금을 내주고 간 사실과 함께 그 이유까지 설명했습니다.
[징수원 : 손님 앞 차에서 주말이라 기분이 좋으시다고 요금 내주고 가셨거든요? 그냥 통행하시면 됩니다.]
[아, 그래요? 예...]
[아, 진짜요? 감사합니다.]
앞차가 요금을 내준 이유를 이해한 몇몇 운전자는 뒷차 요금을 선뜻 내줍니다.
[나도 뒷차 내줘야지 그럼...]
이번에는 앞차가 요금을 대신 내준 이유를 설명한 뒤, 당신도 뒷차 요금을 내 줄 의향이 있는지를 함께 물어봤습니다.
[징수원 :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라 앞차분께서 고객님 요금을 내주고 가셨어요. 그냥 가셔도 되고요. 기분이 좋으시면 고객님, 뒷차 요금을 계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앞차의 호의를 받은 60명의 운전자 가운데 뒤차 요금을 내준 경우는 네 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 사회가 낯선 제 3자의 호의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남의 호의를 받을 때 그것이 친절이나 호의로써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1차적으로 어떤 의도가 있던지, 이것이 뭔가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사실은 타인에 대한 경계라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서 좀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실험은 그러나 남에게 베푸는 작은 선의의 물방울 하나가 사회 전체를 바꾸는 '아름다운 릴레이'가 될 수 있음을 함께 보여줬습니다.
[이강욱/서울시 마포 : 내가 내는 거라 똑같은데 그것을 토스, 토스 토스 해준다면 기분이 좋은거죠...]
[임문선/경기도 성남 : 너무 너무 상쾌합니다. 미안하고요]
[장영희/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 결과적으로 보면 내가 그냥 내 것을 낸 것이지만 모든 사람이 그것 때문에 행복해진다면 나도 행복하고 뒤에 오는 사람 행복하고 그러면 정말 그것도 아주 작은 일이지만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힘, 그 자체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송인호 songster@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