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미스 -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
심승현 지음 / 예담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카툰 에세이는 내 카테고리 안에서 만화로 분류하기도 수필로 분류하기도 조금 애매한데 심승현의 작품은 더더욱 애매하다.  에세이라기 보다는 동화같고 소설같은 내용이어서 그렇다.

파페포포 시리즈 때도 느꼈지만 지나칠(?) 만큼 그림이 곱다.  당장이라도 눈망울에서 물이 맺힐 것 같은 얼굴을 한 캐릭터인데, 그렇다고 곱기만 한 순정만화 같지는 않고, 감성 면에서도 남성 작가가 썼다는 게 신기하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자신을 바라보는 상대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신의 눈에 들어찬 상대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불어 발음의 이름들을 가진 캐릭터들은 그 이름에 이미 성격과 상징이 담겨 있다.

풀벌레 보떼는 '미, 아름다움'을 뜻한다.  풀꽃 꾸르에게는 징그럽다고 구박을 받기 일쑤였지만, 내면의 아름다움과 사려깊음을 지닌 존재다.  그렇게 찬란한 보석을 속에 품고 있기에 아름다운 나비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모양이다.

꾸르는 아주 작고 귀여운 풀꽃인데 그 이름의 뜻은 '작은, 부족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자신의 사랑을 알리는 데에는 적극적이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상대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  그래서 작고 부족한 마음의 그는 조금은 이기적이기도 하고 어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해바라기 플레르는 '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해님을 향한 순수한 사랑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풀꽃 꾸르의 마음도 이해해주는 넓은 마음을 지녔다.  그래서 그의 꽃은 더 찬란하고 빛이 나나 보다.

눈 많은 그늘나비는 이 책의 제목인 프라미스, 즉 '약속'의 의미를 갖고 있다.  소중한 약속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 그래서 더 많은 이들에게 큰 기쁨을 전해준 존재다.

바람 엘랑스는 '방랑, 방황'의 의미를 갖고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흔들리는 나뭇잎으로 그 존재를 드러내는 그는 보이지는 않는 곳에서 상처를 보듬어주고 격려해 주는 멋스러운 존재로 그려진다.

해님 프리조니는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이란 이름을 가졌다.  하늘 높은 곳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밝고 강한 존재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상처로 마음을 닫아버린 작은 꼬마에 불과하다.  그의 고독은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그 뜨거움 만큼이나 깊다.

숲의 기억 마트리스는 '모태, 모체'의 의미를 갖고 있다.  각자의 섬들이 이곳에서 태어나고, 그 섬들에 살던 만물이 죽으면 다시 숲의 기억으로 돌아와 엄마의 품속에서 잠들듯 생을 마감한다.  이야기 속에서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그려진다.

글과 그림이 참으로 예쁘장하다.  다만, 박제화되거나 도식화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창의력은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  별 셋 정도의 메시지를 주지만, 그림이 너무 곱고 감탄을 자아내어서 별 넷은 거뜬히 주고 싶다.

바람만 불어도 가슴이 왈랑거리는 '소녀'에게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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