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5 - 술의 나라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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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분을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독자 이벤트 등등의 기획도 있었나 보다. 책 앞머리에 독자가 뽑은 명장면 명대사가 있는데, 대체로 내가 꼽는 명장면, 명대사와 중복된다.  독자들이 받는 감동이 대체로 비슷했나 보다.  모든 이야기에 모델이 있다고 했는데, 관련 사진들도 같이 실렸다.  얼만큼 발품을 팔았을 지 충분히 짐작이 가는 대목들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반딧불이'라는 제목이었는데, 눈물 겨운 모정의 얘기가 실려 있다.  반딧불이의 날개 퇴화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설정으로 시작된 내용이었는데, 근거 없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안 순간 작가와 화실 팀의 고민이 눈에 들어온다.  결국 원래 설정은 그래도 가져가되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에둘러서 표현했다.  작가의 선택에 나도 손을 들어주고 싶다.

두번째 이야기는 '매생이의 계절'인데, 매생이가 생선이나 조개류라고 짐작했는데 미역처럼 생긴 거였다.  아마 먹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운암정의 숙수가 더 이상 찬이를 얕잡아 보지 못하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 나로서도 통쾌했다.  제철 음식은 제 철에 맞게 먹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돋보이는 에피소드였다.

세번째 이야기는 '식사의 고통'이라는 제목인데,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사실적으로 느껴진 일화였다.  잘 먹지 못하는 사법고시 준비생의 마음도 짐작이 가고, 여자친구의 부음 앞에서도 본능에 충실한 육체적 배고픔에 절망한 그의 눈물겨운 한탄도 마음이 쓰인다. 그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치사하고 졸렬하고 비겁하고 더럽기까지 한 식사라고 표현했지만, 비단 그 뿐 아니라 누구라도 그런 순간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는 자연의 섭리와 순환에 거스를 수 없는 작은 존재이니까.

네번째 '탁주' 이야기는 찬이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한 잔 술에 무너진 마을의 인심을 회복시키고, 깨어진 신뢰의 조각을 이어붙이는 그 발상과 마음이 놀랍고 대견하다.  실제로 이런 사고가 시골 마을에서 종종 있을 것 같아 안타깝기는 하다.  모두가 찬이네 마을처럼 잘 풀릴 것 같지 않아서 말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청주의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꽤 긴 에피소드였다.  내용이 나쁘거나 메시지에 감동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문적 내용이 많았던 탓에 좀 지루하게 느껴졌다.  모처럼 별점이 하나 부족한 것도 같은 이유^^;;;;

작품 속에서 매생이 구하러 간 진수에게 시골 아낙이 빈손으로 보낼 수 없다고 굴을 한 봉다리 내주는 장면이 있었다.  아직도 훈훈하게 남아있는 시골 인심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인데 몹시 맛난 장면이었다.

그리고 식사의 고통 편에서 수면 부족으로 피로가 겹친 사람의 아침 식사로 호박죽을 추천했는데, 여자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몹시 좋은 음식이라는 좋은 정보를 얻었다.  소화가 잘돼서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좋고 변비나 눈에 효과가 있어 집중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단다.  그리고 이 내용은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다고 하니 더더욱 신뢰 상승^^  읽다 보면 전문서적의 출처가 종종 나오는데 자료조사를 충실히 하는 작가의 부지런함에 다시 한 번 감탄해 본다.  '노력'만큼 멋진 재능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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