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블로프 : 발랄라이카를 연주하고 싶은 생쥐 그림책은 내 친구 11
존 버닝햄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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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에 그다지 희열을 느끼지 못하는 나는, 아이들이 동물에 열광하고 곤충에 열중하는 모습들이 신기하다.  아이들의 시각에서 볼 때는 작은 생쥐 하나도 사랑스러운 동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존 버닝햄은 그 아이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작가 같다.

쥐들이 찍찍 울어대는 것을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연주중'이라고 상상한 그의 마음밭이 참으로 곱다.

발랄라이카는 우크라이나의 민속 악기로 세모꼴 모양의 울림통에 3개의 줄이 달린 악기다.  유럽의 어느 마을에 있는 작은 여관에 사는 트루블로프는 집시 악단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다가 발랄라이카를 배우기 위해 떠나는 집시 악단의 짐 속에 숨어든다. 

가족이 걱정할 것이 우려되었지만 트루블로프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는다.  짚시 일행을 따라 산을 먼 길을 유람하는데, 이때 표현된 붉게 펼쳐진 길은 마치 사막의 뜨거운 길을 연상시키지만 자세히 보면 눈길임을 알 수 있다.  잘 사용하지 않는 그 표현이 독특했고, 굵은 터치가 질박한 느낌을 주어 투박하게 보이는데, 그 단호한 선에서 강렬한 의지와 열정이 엿보인다.  흰 눈을 그릴 때도 그 눈을 만질 수만 있다면 손 위에서 하얗게 부서질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그림이 그 동안 보아오던 존 버닝햄의 그림과 많이 다른데, 초기 작품이라 그런 듯하다.

어머니가 걱정하다가 몸져 누우시고 동생 생쥐가 형을 찾아 스키를 타고 온다.  둘은 어머니께 돌아가고 그 여관에서 트루블로프는 인기 있는 악사가 된다.

발랄라이카를 '연주하는'이 아니라, '연주하고 싶은'이라는 말에서 정말로 연주하고 싶은 욕망과, 프로보다 아마추어에 가까운 계산 없는 순수한 열정이 읽혀진다.

쥐를 구경하고 싶다든지, 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는 나이지만, 트루블로프의 발랄라이카 연주는 듣고 싶다.  상상 속에서라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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