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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오백년 1 - 조선야사실록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고우영씨가 타계하셨을 때, 그의 작품 세계를 많이는 접하지 못했던 나도 한 시대를 풍미하셨던 분이 그렇게 가셨다는 것에 가슴이 쓰렸다. 그분은 가셨지만 그분의 족적은 적나라하게 남았으니, 그분의 91년도에 연재했던 만화가 다시 책으로 묶여 이렇게 세상에 등장했다.
이미 조선야사실록이라고 제목에 못을 박아둔 대로 이 책은 '야사'를 묶어서 그분의 재치와 해학으로 다시 무장시킨 책이다. 그러니 정사를 부정한다고, 혹은 비켜간다고 성질을 낼 일은 아니다. 다만 나라는 사람이 역사적 사건을 두고서 '그렇다 카더라'라는 식의 전개를 아니 좋아하는 지라 별점은 그리 후하지 않는다. 선생님께는 조금 죄송...^^;;;
이 책은 고려가 기울어서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무렵부터 시작한다. 공민왕과 신돈이 등장하고 무학대사와 이성계가 등장한다. 당연히 짐작하겠지만 정몽주와 이방원도 등장한다. 정치적 격변기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민간에 전해지는 이야기도 한보따리씩 풀어놓는다.
읽는 이가 현대인인지라, 현대인에 걸맞는 유머가 곳곳에 숨어 있고, 의도적인 영어 사용, 파격적인 비유 등등도 작품을 즐기는 하나의 도구가 될 것이다.
제목만 본다면 어린이용 학습서로도 유용하지 않을까 싶지만, 사실 어린이용 책은 아니다. 애초에 스포츠 신문에 연재되었던 것이 원작이라는 것을 감안해서라도 알 일이다. 글쎄... 이건 내 사견이지만, 이런 식의 '야사'는 '정사'로 공부하고 양념으로 같이 곁들여 본다면 더 맛날 작품이 될 것 같다. 가끔 그런 경우를 보는데, 야사에 너무 길들여지면 그걸 지나치게 정설로 믿어서 오히려 정사를 대놓고 부정하거나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둘 모두를 조합하여 함께 소화해 내는 눈을 길러야 할진대, 편향된 독서는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겠다.
술렁술렁 페이지가 금방 넘어간다. 가볍게 읽고 한 번 웃으면 족할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