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사교과서를 보다 보면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다른 교과서들도 사실에 어긋나거나 비객관적인 논조의 글들이 있을 터지만, 국사교과서는 국정교과서로 단 1종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중3 국사 교과서의 301쪽에는 신탁통치 문제에 관한 기술이 나온다.  옮겨 보면,

처음에는 일부 공산주의자들까지 반탁 의사를 밝혀 단합의 계기가 마련되는 듯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소련의 지령에 따라 곧 태도를 바꾸어 신탁 통치안을 지지하였다.

교과서에는 신탁 통치 문제가 나온 모스크바 3국 외상 회의의 내용이 잘못 전달된 과정은 말해주지 않는다.  왜 공산주의자들이 반탁에서 찬탁으로 입장을 바꾸었는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  소련의 '지령'이 있었다는 게 그들의 진리이니까.

미소공동위원회가 열리는 와중에 설쳐댄 이승만의 '정읍발언'도 나오지 않는다.  6.25 전쟁의 배경이라는 제목의 챕터(304쪽)는 더 답답하다.  마치 북한은 승냥이 떼처럼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순진한' 남한을 기습 공격했다는 듯이 묘사된다.  그 와중에 제주도 4.3사건과 여순 10.19사건은 스리슬쩍 넘어간다.

학제상 지금 이 시즌은 중3 학생들이 시험을 모두 마치고 거의 '자유'의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수업 참여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때이다.  구슬려서 수업을 받게 하지만 아주 공부에 열의가 있는 학생들만 열심히 수업을 듣고 대부분은 '딴 짓'을 하거나 '딴 생각'을 한다.  어느 부분이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는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과 더 가까운, 그래서 더 밀접한 현대사 부분을 제대로 공부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참으로 타이밍이 안 좋다.

생각해 보면,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여기까지 진도를 나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역사 수업은 늘 시간이 부족했고 교과서의 내용은 넘쳤으니까.

까마득한 상고사부터 '반만년'(늘 강조하는..;;;)의 역사를 줄기차게 수업하다가 근현대사에 도착할 때가 되면 '시간관계상' 생략하기 일쑤였다.

일제시대 공부하다가 뚝! 끊기니, 해방 이후의 혼란기와 한국전쟁, 4.16, 5.16, 광주 민주화 운동 등등은 들어도 보도 못하고 졸업한다.

부지런과 억척스러움을 떨쳐도 상태 심히 안 좋은 교과서로 공부하니 역시 답답스럽다.  이런 말 옛날 같았으면 바로 잡혀갔겠지? ㅡ.ㅡ;;;;

쿨럭, 무슨 교육에 대단한 열정을 지닌 사람 흉내를 내고 말았지만...(그래 나 날라리다.ㅠ.ㅠ)
교재 연구하다가 짜증이 확 나서... 그냥 끄적여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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