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생물 - 생물의 역사가 생명의 미래를 바꾼다! 세상을 바꾼 과학
원정현 지음 / 리베르스쿨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생물학 분야에서 발견된 중요한 법칙과 원리들을 시간적 순서를 따라 기술하고, 발견되기까지 숨겨진 이야기와 과학사적인 의미를 소개한다. 책의 내용은 7개 장(chapter)에 걸쳐 주요한 7가지 생물학적 발견과 원리들을 다루고 있다: 혈액 순환 이론과 근대 생리학의 출발; 생물 분류 방식과 분류학; 식물과 광합성의 원리; 다윈의 진화론; 세균과 백신; 멘델과 고전 유전학의 발달; 유전물질의 정체와 구조의 발견.  

17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영국의 생리학자 윌리엄 하비가 주장한 혈액순환이론은 기존의 과거시대의 의학이나 해부학자들의 연구방법과는 달리 정량적인 사고에 기초한 관찰과 실험, 합리적 추론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근대 생리학의 기초가 되는데, 이것은 17세기 당시 학문적 분위기인 기계론적 사고 관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하비가 시행했던 실험과 주장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현재 시점에서 보면 중고등학생들이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추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8
세기 린네와 분류학은 사실 평소에 중요성을 잘 못 느꼈었는데, 생물 분류학의 목적이 생물의 다양성과 진화의 역사를 다루는데 기여한다는 저자의 지적에 매우 의미 있는 분야임을 알게 된다. 흥미롭게도 동양에서 16세기 명나라 이시진이 본초강목을 저술했다는 부분에서 2가지 사실이 연상되어 떠올랐다: 17세기 초반 허준이 본초강목을 참고하여 동의보감을 저술했다는 점과 약 500 여년이 지난 2015년 노벨 의학상과 노벨 생리학상을 탄 중국의 투유유(도유유) 교수가 중국 전통 의학 처방 서적에서 언급되던 개똥 쑥의 효능에서 말라리아 치료 성분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특히, 투유유 교수의 전통 의서에 대한 연구 업적은 오늘날 한의학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든다.
18
세기말 식물과 광합성 사이의 관계를 알아내기 위해 시행했던 프리스틀리의 실험도 매우 흥미로웠는데, 정작 실험의 결과에 대한 해석의 올바른 의미는 후대에 밝혀졌다는 점도 특이하다. 광합성 원리의 발견 과정을 읽으면서, 역시 식물에게는 물과 햇빛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 당시의 과학계와 대중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기 매우 힘든 엄청난 충격이었는데, 주된 이유가 직접 눈으로 진화과정을 확인할 수 없고 증거 화석들의 발견이 적었다는 점을 말하는 저자의 지적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윈이 주장하는 자연선택의 의미가 진보처럼 특별한 목적이 있는 진화 과정이 아니라 다양한 개체의 형질 속에서 적응에 성공한 개체만이 진화과정을 겪는다는 것임을 알게 된 점이 좋았다.
세균과 백신의 관계가 전염병의 원인과 치료제를 구하는 과정에서 탄생되었다 사실들을 저자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소개한다. 특히, 포도주의 산폐 현상을 규명하기 위한 파스퇴르의 연구에서 세균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소 젖을 짜는 목동에게는 천연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우두 백신을 개발하게 된 점은 흥미로웠다.
멘델의 유전이론 역시 발표 당시 과학계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후대에 인정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어쩌면 현재 시점에서 우리에게 허황된 주장처럼 들리는 이론도 다시 한번 눈 여겨 볼 필요성을 느끼게 만든다. 더군다나, 멘델의 연구 방법이 생물 유전 실험과 결과 분석을 위해 통계 수학을 적용한 일종의 최근에도 유행하는 학문적 교섭 접근 방식이었다는 점도 매우 놀라웠다.
마지막으로, DNA구조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 경쟁을 벌였던 일련의 생물학자들 사이의 행동들에서 독자로 하여금 2가지 교훈을 깨닫게 해준다: 과학자에게 학술적인 교류가 얼마나 중요하고, 연구 윤리가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이 책은 생물학사에 등장하는 과학자들과 생물학적 원리, 그리고 그 발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함께 소개되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고 쉽게 읽힌다. 한편, 과학의 근본적인 의미와 과학 기술의 적용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속에서 대중들이 어떻게 규명된 과학적 사실을 수용하여 지식을 확장하는 지에 대해 과거의 사례들을 통해 우리에게 교훈을 제시해주고 있다. 왜냐하면, 저자가 예시한 사회적 진화이론처럼, 과학은 항상 진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과학적 원리와 사실을 수용하여 사용하는 일반 대중들의 잘못된 과학 원리의 이해에서 인류 역사의 비극적 사건이 비롯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의 역사에 기반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위한 훌륭한 저서라고 생각된다.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