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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페이션트 ㅣ 에디션 D(desire) 14
마이클 온다치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18년 1월
평점 :
이 소설은 2차
세계 대전의 말기 무렵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의 어느 수녀원 건물 ‘빌라 산 지롤라모’의 임시 병원을 배경으로 우연히 만나게 된 3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캐나다 태생의 간호사 해나는 피사병원에서
처음 만난 영국인 중증 화상 환자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어 간호부대의 이동 명령에 동조하지 않고 군인 신분을 버리고 영국인 환자와 함께 남는 길을
선택한다. 데이비드 카라바지오는 해나의 아버지와 친구로 캐나다 출신의 연합군 스파이로 활약하다가 로마
병원에서 해나와 영국인 환자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해나를 찾아 피렌체 병원으로 합류하게 된다. 시크교도
출신의 젊은 영국인 공병 중위 키르팔 싱은 폭탄 제거를 위해 피렌체 지역에서 작업을 하던 중 빌라 산 지롤라모 병원 건물로 모여들게 된다. 심한 화상 환자인 영국인은 부상이 심해 이동이 불가능하고 심지어 기억 상실 증세를 보이지만, 해나는 최선을 다해 환자를 보살피며, 영국인 환자와의 대화와 독서를
통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도록 도와준다. 키르팔 싱은 ‘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인도인으로서의 차별과 냉대에 익숙해진 경험과 매일 생사를 오가는 폭탄 해체부대원으로서의
임무 때문에 해나를 사랑하면서도 해나와의 사랑을 멀리 할 수 밖에 없는 모순적인 태도를 가지며 살아간다. 스파이로서의
경험과 과거 정보를 통해 카라바지오는 영국인 환자의 정체를 파악하게 된다. 독일군측 스파이로 알려진
헝가리 출신의 사막 탐험가 라디슬라우 드 알마시 백작. 알마시가 털어놓는 사랑 이야기와 알마시의 정체를
둘러싸고 겪게되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접했었기 때문에, 소설이 어느 정도 아는 내용일 거라고 추측했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소설은
사건 전개 중심의 서사적인 서술보다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혼합적인 묘사와 거침없는 성적인 묘사, 그리고
뛰어난 은유적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인용하여 이집트 지역의 사막 지대의 지리적 묘사를 기술한 부분은 매우 매력적이었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느껴졌다. 처음에는 왜 헤로도토스가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게 되었는지 몰랐다가 나중에서야 실제로 헤로도토스가 이집트 지역을
답사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험을 토대로 지리와 구전 전설을 비교 분석하여 ‘역사’를 서술했었다는 점이 떠올랐다.
저자의 배경을 보니 스리랑카 태생으로 청소년기를 영국에서 보내고 청년기를 캐나다에서 지냈던 경험들을 소설 속의 등장 인물들에게 적절히
배분하여 녹여낸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킵 중위가 시크교도 인도인으로서 영국에서 차별과 냉대를 받았던
경험이나 감정들, 해나나 카라바지오가 북미 캐나다 출신으로 유럽 지역의 전쟁에 참여하면서 유럽에 대해
느끼는 감정들, 알마시가 생각했던 국적에 대한 개념들과 가치관 등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엿본 듯한 기분이
들게 된다.
굳이 영화와 소설을 비교하자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등장 인물에서
차이가 나고, 영화에서는 킵 중위의 비중이 높지 않고 카라바지오 삼촌은 등장하지 않고 알마시 백작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으로 전개가 되며 특히 영상미가 압권이다.
결론적으로는 소설과 영화, 모두 나름대로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둘 다 감상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