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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공부 - 완벽한 몰입을 통해 학문과 인생의 기쁨 발견하기
오카 기요시 지음, 정회성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일본의 저명한 수학자 오카 기요시 교수가 마이니치
신문에 연재한 컬럼을 묶어서 발간한 책이다. 저자인 오카 기요시는 수학자로서의 업적은 뛰어나지만 괴짜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책의 구성은 3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수학을 배우고 즐기는 삶; 학문의 중심은 정서다; 내가 사랑하는 예술.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수학과 관련된 경험담을 바탕으로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학문의 본질, 특히 수학의 본질과 특성, 우주론적인 철학
사상, 교육 철학과 제도, 수학에 도움이 되는 요소들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기술하고 있다. 위대한 수학자가 말하는 수학의 본질이 조화에 있으며 학문의 본질은 정서라고
하는 주장이 선뜻 동의하기 어렵게 느껴지며 심지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더군다나 수학을 잘 교육시키려면
어려서부터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게 해줘야 한다는 교육관은 오히려 혁명적인 주장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왜 이런 뜬금없어 보이는 말을 했을까?
동양 고전과 서양 고전에 상당한 이해를 바탕으로 저자만의 독특한 철학이 성립된 것으로 보인. 그리고, 저자가 생각하는 수학의 세계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자연적 우주관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은, 신의 존재에 기반한 스피노자의 범신론적
대자연과는 다르며, 오히려 장자의 독립적인 자연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인간도 자연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서 직관을 가진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의 접근 방식으로 직관을
갖추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은 논어에 기술된 공자의 인간 본성에 관한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독창적인 이론은 기존의 이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각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창의적인 시각을 기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직관에 의존하는 것이고, 직관은 정서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공자의 지도 방식을 이상적인 교육 방식이라고 보고, 고대 그리스인들의 철인 정치 제도를 기다린다는 정치 철학은 동양과 서양의 가치관의 결합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이 영향 받고 추천해주고 싶은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해주는 점도 특이했다.
저자는 필기구로 붓을 사용하여 수업을 받던 시절과 컴퓨터가 사용되는 시기를 함께 경험했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과 교육에 대한 독특한
가치관에 생길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수학자임에도 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다는 점과 수학과 예술 사이의 밀접한 관련을 설명한 점도 매우 흥미 있는 대목이다. 20세기
초반에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를 발견하고 해결하려고 시도하려는 모습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수학과
나아가 학문 전체의 교육과 교육제도, 교육 철학 등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