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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세계 최고 선수를 만드는가 - 아르헨티나 유소년 축구 체험기
박민호 지음 / 그리조아(GRIJOA) FC / 2017년 12월
평점 :
최근에 유소년 축구대회 초등부 4강전을 TV중계를 통해 본 적이 있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관중수가 적었지만 경기 내내 고함 소리는 끊이질 않고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는 다소 소강
상태인 와중에서 공격수의 패스미스로 인해 상대편 수비수가 공을 잡아서 자기편 미드필더에게 패스를 했다. 공을
잡은 미드필더는 갑자기 우두커니 서서 벤치 쪽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코치가 몸짓과 고함을 질러대며 내리는
작전 지시를 듣고 그제서야 비로소 앞쪽의 공격수에게 패스를 하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이해가 안되고 답답했던
이 장면은 그 이후로 한국 초등학교 축구에 관한 인상으로 나의 뇌리 속에 강하게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초등학생 선수는 축구 경기장 안에서 이미 주눅이 들어 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조차도 코치로부터 하나하나
지시를 받아 처리하는 이른바 로봇 축구 방식의 플레이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경기 내내 시끄럽게 들리던
고함 소리의 정체는 바로 코치가 외치는 작전 지시의 소리였다. 한국에서는 왜 이런 방식으로 유소년 축구가
진행될 수 밖에 없는지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은 아르헨티나와 한국의 유소년 축구 현실의 냉정한
대비를 통해 한국 유소년 축구가 올바르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축구 이력에
관한 이야기로 먼저 시작하는데, 과거 한국에서의 학창 시절 선수 경험과 성인이 된 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르헨티나에서의 직업적 코치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아르헨티나의 축구 전반에 대해 소개한다: 아르헨티나
유소년 축구 체계; 아르헨티나 축구 지도자의 축구 철학과 지도 방침;
아르헨티나 축구 리그 체계. 저자는 아르헨티나 축구 코치로 체험한 유소년 축구와 선수로서
경험했던 한국 유소년 축구를 단순 비교가 아닌 축구와 관련된 시스템과 정책, 철학적 가치관, 교육 목표 등에 대해 근본적인 차이점을 매우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소년
구단 운영 방식(학원 축구 vs 클럽 축구); 유소년 선수 육성 목표와 정책(우승 vs 단계별 발전); 유소년 선수의 교육 정책(체육 특기자 진학 vs 구단 운영 전문 학교); 유소년 축구 지도자의 교육적 가치관(강요와 체벌 vs 자율과 동기부여) 등. 궁극적으로
저자는 한국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한 충언으로 2가지를 강조한다.
이 책은 놀라운 책이다.
한번이라도 한국 유소년 축구에 대해 걱정하고 고민했던 경험이 있다면, 저자가 파악한 문제점과
분석한 근본적인 원인들이 구체적이고 명확하여 제안하는 해결책 역시 설득력이 높다는 것을 알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저자의 체험을 통해 전해주는 한국의 학원 축구에 관한 생생한 증언과 대비되는 아르헨티나의 유소년 축구
클럽의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축구 협회 모든 임직원 분들이 읽을 수 있도록 개인 사비를 털어서라도 구입해서 보내드리고 싶은 심정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한국 축구를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필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