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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사 1 -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ㅣ 전쟁과 평화 학술총서 1
일본역사학연구회 지음, 아르고(ARGO)인문사회연구소 엮음, 방일권 외 옮김 / 채륜 / 2017년 12월
평점 :
이 책은 근현대 일본의 역사 중에서 서구 열강 제국들의
식민지 침탈 기조에 호응하여 일본이 일으킨 2개의 전쟁-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둘러싸고 동아시아와 서구 유럽에서 전개된 역사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이 책은 본래 5권의 시리즈로 출간된 시리즈 물인데, 1편과 2편을 묶어서 펴낸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역사학연구회라는 단체인데, 19세기말과 1930년대말까지의 동아시아와 서구 유럽에서 소위 전쟁국가(일본, 독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연합국가와 동아시아에서 펼쳐지는 역사적 사건들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다. 기존의 역사책과는 달리 일본 군부 정권의 탄생과 성장 과정, 정책 기조의 내용과 설립 배경, 실행 과정을 주변국과 국제 정세에
맞물려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일본 군부 정권의 유지를 위해, 과다 군비 지출로 인해 경제 시스템의 악화와 노동자/농민의 사회 개혁적 운동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경직된 국내 정치 상황이 궁극적으로 전쟁이라는 수단을 최후이자 필사적인
해결책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과정이 긴박하게 그려지고 있다. 결국 치밀한 계획으로 장쭤린(張作霖)을 제거하고 만주를 점령하는 만주 사변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 일본
우익 세력의 확장과 군부 정권의 강화,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침체기로 이어지는 과정이 상세하게 기술된다. 또한 만주사변 후에 벌어진 쿠데타 시도를 수습하고 독재 군부 정권은 독일과 비밀협정 하에 중국과 소련 침략의
계획을 세우고 난징(南京) 침략 등의 중일전쟁을 벌이는 폭주의 길을 걷게 된다.
생각보다 1920~30년대
일본에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노동 운동이 많이 발생했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고 느낀 점이다. 문학과
영화, 미술 등 문화계에서도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입장을 대변하는 운동들이 활발했다는 점도 특이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 군부 정권이 재계 자본세력과 결탁하여 집중적으로
육성한 결과 오늘날의 대기업 재벌(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등)을 만들어 냈다는 점도 무척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이 책이 일본에서 출간된 시점이 1954년인데 책 내용의 관점이 일본 군부 정권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면서도 국제적인 정세와 경제적 흐름의 명확한 분석을 근거로 합리적인 기술 방식을 택하고 있어서 6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매우 놀랍다. 아마 현재 일본의 정서상으로 이런 내용의 역사책이 출간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이 국제 열강들 틈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 전을 벌이는 모습은 놀라우면서 현재 우리 외교력을 반성하게 만든다.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정치/경제적 요인들의 상황들을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분석하는 방식이 매우 세부적이라 설득력이 있다. 2차 대전 무렵까지 전반적인 서구 열강과 동아시아의 상호 관계 속에서 일본의 전황과 배경을 균형 있게 다룬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