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읽는 법 - 하나를 알면 열이 보이는 감상의 기술
이종수 지음 / 유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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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수묵화에 대해 중고등 학교 국사와 미술 수업시간에 배웠고 다수의 박물관과 미술관, 전시회에서 마주쳤었지만 솔직히 별다른 감흥을 느끼기 어려웠다. ‘옛 그림 읽는 법’,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 책은 우리의 전통 미술인 동양화, , 수묵화와 채색화를 읽고 느끼고 감상하도록 만들어주는 일종의 수묵화 감상 안내서이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동양화 작품은 채색화보다는 수묵화가 많은데, 그림을 올바르게 읽고 이해하는데 필요한 감상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매우 특이하다. 그림 한 점, 조선시대 중기 영조 때 화가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이 그린 [만폭동(萬瀑洞)]이란 작품 하나를 감상하는 방식을 배우기 위해, 화가가 누구인지, 그림의 주제가 무엇인지, 그림을 그린 이유가 무엇인지, 그림의 화법이 무엇인지, 그림의 재료와 도구는 무엇인지, 그림이 담긴 화면(畵面)의 재료는 무엇인지, 그림 이외의 부가적인 요소가 무엇인지를 순서대로 파악해 나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각 단원의 내용이 질문의 꼬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서 읽기에 몰입 감이 매우 높았다).

일단 누가 그렸는지가 제일 궁금한 사항일 것이다. 화가의 출신과 성장 과정, 당시 사회적 배경 등은 그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배경 지식이 된다.

그림의 주제와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그림의 주제와 의도는 함께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풍경, 인물, , 풍속 등 다양한 소재가 주제로 사용될 수 있고, 화가가 그림을 그리던 당시에 유행하던 소재나 표현 방식이 있었을 텐데, 화가가 그림의 소재를 선택한 이유나 의도를 미루어 짐작해 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의 재미라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재미난 점은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 가문이 미술가들을 후원했듯이, 조선 중기 17세기말부터 권문 세가들이 조선 화가들을 후원하고 그림을 부탁하는 형태로 그림이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그림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화법에 대해 이해할 필요한데,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대목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흔히, 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가 그림 속에 투영된 화가의 시점과 시점의 표현 기법이라고 한다. , 서양화가 기하학적 원리를 응용한 투시원근법을 사용하여 입체감을 강조하는 대신, 동양화는 색의 명암과 단순원근법에 기반한 자연 풍경의 묘사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정선이 최초로 시도했던 [만폭동]에 반영된 시점을 조명한다. 그리고 동양화, 특히 산수화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그림 문법인 준법(皴法)과 준법의 사용에 따라 구별되는 화풍을 소개하고 있다.

그림의 사용된 재료와 도구가 그림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 특히, 동양화에서는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한 재료와 도구에 따라 그림의 화풍을 구분했던 명나라 때 방식을 기준으로 남종화와 북종화를 구별하고 있다. 또한, 그림이 담긴 화면의 재료와 형식이 가지는 의미도 알 필요가 있다는 점도 유의할 점이다 (), (), (), 화첩(畵帖), 병풍(屛風), ().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동양화의 여백에 등장하는 제3자의 흔적이다. 적극적인 감상의 표현 방법으로 한 것이겠지만,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 원본 그림 위에 자신의 인장을 찍고 글을 추가로 써서 남기는 행위가 하나의 자연스런 감상 방법이었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웠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선택한 베스트 동양화 10점을 소개하고 있는데, 동양화 화법을 떠올리면서 작품들을 보니 예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잠깐 사이에 시야가 넓어진 듯한 착각이 들어서 매우 놀라웠다.

동양화 감상에 입문이 되는 훌륭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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