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의 비밀
김태유.김대륜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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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패권 국가의 발전 원리를 경제발전 유형과 경제와 전쟁의 순환 모형으로 정의하고, 4가지 국가(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의 예시를 들어 기술한 책이다.

우선 저자가 생각하는 패권(hegemony)은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대해 권력을 행사하는 것으로서 무력이 아닌 경제적 보상과 타협과 설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패권 국가는 단순히 국민의 삶과 질,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발달된 상태의 선진국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규모나 군사력 같은 총체적 국가의 능력이 국제 사회 관계 속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국가를 말하고 있다(패권국가=제국=강대국).

저자에 따르면, 패권 국가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열거하고 있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경제 체제의 확립; 발전을 추구하면서도 안정적인 정치 상태; 분열되지 않고 통합된 응집성을 보이는 사회적 탄성;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 활동의 활력 등이다.

또한, 패권 제국이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요소로서 2가지를 정의하고 있다: 국가가 채택한 경제 체제의 구조적 한계와 경제 체제 하에서 벌어지는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사건과 행위들의 역사적 요인이다.

저자는 기존의 역사적인 경제 체제의 변화 형태가 아닌 가치 창출 방식과 행태, 경제 성장 속도와 같이 경제의 질적 기준에 따라 3개의 경제 발전 체제로 분류하고 있다: 농업사회, 상업사회, 산업사회. 각각의 경제 체제 사회의 경제 특성을 특징짓고 도식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농업사회는 자급자족형 단순재생산 사회, 상업사회는 확대재투자 사회, 산업사회는 확대재생산 사회. 아울러 각 경제 사회에서 수행된 전쟁과 전투의 승리 요건들을 체제 별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한 경제 체제 발전 모델에 근거하여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패권 국가들을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15세기 중반에서 18세기 초까지 유지되었던 에스파냐 제국을 전형적인 농업 제국의 예시로 묘사한다. 15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신대륙 개척과 농업 지주들의 플랜테이션 농업과 광산 경영의 확장의 결합으로 인해 국내 제조업 대신에 단순 중계무역과 지속적으로 연루된 전쟁으로 상업 체제 사회로 전이하지 못하고 쇠퇴하게 된다. 네덜란드는 17세기 중반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에스파냐 제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된 후부터 이미 100년 동안 시행해오던 채권 금융시장의 운영을 통해 자본이 축적되었지만 결국 잉여 상업 자본이 상품 제조에 투입되지 못하고 금융자본화되어 산업 발달의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18세기까지 영국도 네덜란드처럼 식민지와의 중계무역으로 자본이 축적된 상업사회 체제였지만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산업사회 체제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영국은 미국 같은 식민지에 산업시설을 짓고 투자하는 대신 국내의 산업 투자를 줄여나감으로써 영국산 제품의 산업경쟁력을 잃게 되고 영국 정부의 금융 산업 우대 정책으로 인해 영국 제국의 패권은 소멸된다. 18세기 후반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된 미국은 남북전쟁과 세계 1,2차 대전을 겪으면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체제와 기술혁신과 자본의 재투자 과정이 결합되어 확대 재생산 체제를 완성하게 된다. 저자가 보기에 1980년대 이후 미국은 지식기반의 새로운 산업이 아닌 금융산업으로 전이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21세기 미국의 패권 지위가 달라지는 징조임을 암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지금 시점의 세계 정세는 패권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시기라고 예상하며 새로운 국제 정세 체제에 대비를 요구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책은 놀라운 책이다. 국제 정세를 다룬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예를 들면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성쇠처럼 경제적인 관점에서 산업 구조와 특성을 분석하면서도 역사적인 사건의 전개와 사회적인 영향을 함께 기술하여 앞뒤 맥락을 제공하는 것은 신선하면서도 훌륭한 방식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경제 체제 발전 모델을 특성화하여 도식으로 표현한 것도 흥미로운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런 수준의 저서가 국내 저자에 의해 출간되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개인적인 느낌은 경제와 역사가 결합된 새로운 시각의 국부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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