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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 화해와 배신, 강압과 화합이 만든 결정적 순간들
함규진 지음 / 제3의공간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조약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세계사를 기술하고 있다.특히, 조약 당사자 각국의
조약 체결 당시의 국내 정치 상황과 경제적 여건을 조명하여 조약이 당사자 국가와 다른 관련 국가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를 전체적인 역사적 맥락에서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조약(treaty)에
대한 정의와 구성, 합의된 형식과 절차 등에 대해 역사적인 조약들을 통해 살펴보고, 이런 전반적인 조약과 관련된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진 빈 협약(1969)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는 총 68개의 조약 사례가 실려
있으며, 5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대와 중세, 근대, 전쟁과 평화, 현대
세계, 21세기 한국 관련 조약.
저자에 따르면, 조약의
역사의 시작은 전쟁과 관련이 있다. 전쟁 이후 사태를 해결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양측의
합의로써 사용한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대가 흘러 갈수록, 비단 전쟁 같은 폭력적 사건이 아니더라도, 조약 참여 국가의 수와
조약의 대상의 범위가 확대 되어 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국가의
영토나 상업적 이익, 국제 표준, 환경 규약, 무역 협정, 무기 사용 금지 같은 여러 국가들의 참여가 필요로 하는
문제들이 조약의 체결 대상과 목적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이
맺은 조약에 관심이 더 갈 수 밖에 없다. 개화기 쇄국정책 시대에 일방적으로 다수의 열강들과 체결한
다수의 불평등 조약들이 이루어지던 답답한 당시의 정세와 함께 숨막히게 재빨리 변해가던 19세기 말의
동아시아의 중국과 일본이 취했던 정반대의 정세가 함께 기술 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최근 2000년대 들어 대한민국 정부가 체결한 조약들 중에 4개의 조약들(한중 어업협정, 남북한
경제 협력 합의서, 한일 위안부 협정, 한일 군사정보 포괄보호
협정)에 대해서, 조약의 내용과 의미, 향후 한국의 대응 방향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대한민국 정부가 21세기에 들어서 체결한 조약이 과거
개화기 시대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미흡하고 우려되는 내용이라 재협정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결국, 조약이라는
것이 국가간의 이루어지는 약속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국가의 물리적 군사력, 국내 정치적 안정성, 외교적 전략,
경제적 우위, 문화적 소프트 파워가 먼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런 국가의 파워가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국가와 체결하는 약속은 자국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특징은, 국가
간의 정치적 상황과 세계 역사의 흐름 사이의 상호 연관 관계를 ‘국가적 조약’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한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고 흥미롭다.
세계사를 정치사와
외교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색다른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