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매우 독특한 소설이다. 거짓말을 먹고 자란다는 상상 속의 식물을 소재로,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자연 과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등장인물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 판타지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은 페이스 선더리, 14세 소녀로, 한국적인 정서로는 중2 나이에 해당되는 시기라 역시 부모에게 반항심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하나뿐인 남동생을 매우 사랑하며, 나이에 맞지 않는 사리분별과 침착함 그리고 과감함까지 두루 갖춘 슈퍼 소녀이다. 영문도 모른 채, 페이스는 목사 아버지와 엄마, 동생과 함께 고향 켄트주(kent )를 떠나 영국 남부 외딴 섬인 베일 섬으로 야반도주 성 이사를 가게 되면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목사이면서 자연과학자로 활동을 하던 아빠의 과학 활동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베일 섬에 오게 되고 나서 페이스가 알게 될 때 쯤, 갑작스런 아빠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다. 페이스는 아빠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확신하고, 살인범을 찾기 위해 아빠가 남긴 연구 관련 문서들을 단서로 하나씩 찾아 나가면서, 감춰졌던 아빠의 비밀들을 파헤쳐가면서 범인에 접근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만이 갖는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1868년경으로 19세기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 시대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문화적 특징으로 화려하고 허영적 귀족층의 과시 문화와 이에 대항하는 서민계층의 풍자 문화, 18세기부터 이어져 오는 계몽주의적인 사상과 경험주의 과학적 전통을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이런 요소들이 소설 안에 적절히 묘사되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참여 활동의 금지와 차별 문화에 대한 비판도 작가의 시선으로 신랄하게 묘사된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여성 인권의 문제는 19세기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주제이니, 작가의 관심이 반영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판타지 요소를 가미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과학적 사유에 기반을 두고 논리적 사고와 추론을 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페이스가 동굴 안에서 거짓말 나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기 위해, 잎사귀와 가시와 껍질 조각을 탁본을 뜨고 표본을 채집하고 수액을 수집하고, 나침반으로 자기장을 측정하고 시간을 기록하는 부분은, 실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작업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의 산물로 보여지는 대목이 눈에 띈다: 나이는 어리지만 학문적 성취가 높은 이른바 어린 천재에 대해 가정과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부당한 대우를 비판하는 부분(이런 주제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학문적 성숙과 생물학적 성숙과 사회학적 성숙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비례해서 처리되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10살 대학생을, 20살 청년,숙녀와 동등한 수평적 사회적 관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뜻이다)라든지, 베일 섬의 해안가 풍경을 묘사하는 부분은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판타지 소설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추리 소설로는 문장의 흡인력과 몰입도가 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영국의 해리 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링이 추구한 미스터리 판타지 계열과 맞닿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스터리 판타지 장르를 계속 추구한다면 훌륭한 작가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깔끔하고 훌륭한 번역도 좋았고, 해리 포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빠져들만한 작품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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