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생물들의 희한한 사생활
권오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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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 속에서 TV속 화면에서 간접적으로 보거나 듣게 되는 물고기나 몸에 좋다는 나무열매와 나물, 직접 보고도 무심코 지나쳐 버린 풀꽃들과 매일 아침 들려오는 지저귀는 새소리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들이다. 우리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피상적인 모습이나 잘못된 이미지부터 그 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숨겨져 왔던 그들의 본래 모습이 책 속에서 소개가 된다.

이 책은 기묘한 책이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일반적인 대중 생물학 교양서라고 하기에는 문장표현이 구수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단어를 구사하고 있어서 어울리지 않고, 생물학자의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학명이나 생물학 용어같은 전문적인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각 단락마다 주인공에 해당되는 생물의 컬러 사진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개인적으로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책에 소개된 생물의 개수가 적어서 아쉬웠다는 것이다(하루 빨리 다음 속편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거나 신기하게 생각되었던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포장마차의 흔한 안주거리인 개불이나 성게의 효능이 인간의 몸에 좋다는 것, 다시마의 포식자가 전복이라서 2개 양식 지역이 겹칠 수 밖에 없다는 것, 비단 잉어가 교잡/선택/순계분리를 통해 얻는 돌연변이 종으로 일본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가물치가 산후보혈에도 좋지만 일본에 수입된 후 일본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주범이 되었다는 것, 봄에서 가을까지 아침과 저녁 나절에 지저귀는 새들이 직박구리라는 것, 일반적인 쌀벌레보다는 덩치가 더 큰 갈색저거리 곤충이 플라스틱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것, 두릅 나무와 두릅 나물이 다른 개체이지만 두릅 나물과 두릅 나무 줄기와 열매의 효능이 모두 인간 몸에 좋다는 것, 헛개 나무의 줄기와 열매에 술(에탄올) 분해 성분이 들어 있다는 것, 생강의 용도가 다양하게 쓰이지만 과도하면 오히려 장 폐색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 강황(카레)이나 양파가 식용 외에도 노화 방지나 성인병 예방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 계피가 모기를 쫓아내는 효능이 있다는 것, 수박이 신장병과 고혈압에 좋다는 것, 흔히 연못에서 볼 수 있는 연꽃은 발열 현상은 현재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 모란(목단)이 화투에 등장하고 일본의 문신 아이템으로 선호되지만 중국의 상징 꽃이라는 것 등이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4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물 속에서 살아가는 어류와 해초류에 관한 부분이고, 2부에서는 시끌벅적 활기차게 살아가는 이웃들이란 제목으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조류들과 혹은 미처 눈에 잘 안 띄는 세포나 곤충에 관해 이야기 하고, 3부에서는 우리 인간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나무나 열매에 관한 부분을 알려 주고 있고, 4부에서는 우리가 흔히 마주치지만 이름은 모르고 지나치는 주변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저자인 권오길 교수님에 대한 소개와 묘사 중에 과학계의 김유정생물 수필가라는 표현이 이해가 되었고 그리고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개인적으로는, 우리 고유의 토속어를 주로 구사한다는 점에서 생물학계의 김소월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한 마디로 이 책을 정의내리기 어려운 묘한 책이다. 그러나,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매우 재미있고 아주 훌륭하고 멋진 생물 교양 수필 작품이다. 작품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 책을 단순히 생물학 교양서로 치부하기에는, 책에서 사용된 문장 표현이나 단어의 수준과 심미적인 의태어나 의성어의 사용이 너무나도 뛰어나서 그 수준을 초월하기에 충분하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여느 문학 작품과 비교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고, 지금 당장 초등학교/중학교 생물 교과서가 아닌 국어 교과서에 실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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