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읽는 친절한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김진연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우선, 역사학자 에릭 카(Edward H. Carr)가 주장한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제처럼,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과거에 일어났던 사실들을 이해하는 것이 철저히 우리 현대인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이 책의 읽기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각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과 사실들에 대해 기술한 세계사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저자는 각 지역 별로 시대에 흐름에 따라 역사적 사건들과 사실들을 유기적인 관점에 근거하여 통사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단일 인류 아프리카 기원설에서 출발하여 4대 문명의 발생, 각 문명권에서 출현하는 제국들과 종교 그리고 이웃 국가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문명 교류, 가장 늦게 문명 전파에 접하게 된 유럽 문명의 약진과 경제적 부흥, 경제적 번영으로부터 이어지는 유럽 열강들의 세계 식민지화와 근래에 발생하는 세계적 규모의 2차례 전쟁과 이후 세밀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계로 형성된 현재의 국제 관계와 거대해진 국가간의 경제 협력 블록으로 인해 국가간의 이해 관계의 예측이 힘들어진 향후 미래에 이르기까지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 특정 민족이나 국가의 흥망성쇠에 대해, 감정적인 표현은 거의 배제한 체, 주요 요인과 배경 상황을 당시 시점의 환경 속에서 여러 가지 측면으로 파악하여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지역과 시대 별로 구분된 당시 지도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역사 기술 항목 중에서 중요한 사항은 붉은 배경색이나 붉은 색의 강조하는 문구로 작성하였으며, [1초 리뷰]라는 항목으로 핵심 사항을 요약, 정리하여 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시대 별로 지역 별로 분량을 고르게 안배하여 서술하고,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관점에서 탈피하여 균형있게 기술한 것도 눈에 띤다.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드는 것은 [세계사 간략 대조 연표]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특이하게 느낀 점이 몇 가지가 있다: 고대 중국의 자연세계관에서 천제(상제)가 존재하고 천제가 인간계의 천자를 선택하여 천하(인간 세계)를 다스리게 했다는 수직적 지배 체계의 설명은 일본 천황 체제를 고대 중국의 지배 구조에 연장, 적용하여 해석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몬순 기후의 순환적 특성에서 인도 우파니샤드 철학이 기원했다는 설명은 문화 인류학의 풍토론에 기반한 해석을 소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저자가 21C 초반의 동아시아 정세를 바라보는 시선이 눈길을 끌었다: 동아시아 세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질서를 재편하려는 중국의 움직임과 태평양 너머 동아시아에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미국의 대응이 향후 동아시아 국가 간의 움직임의 주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른 기존의 세계사 책과 이 책이 다르다고 느꼈던 점은 다음과 같다: 이슬람 문명이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수행했던 역할을 기술하고, 근대 자본주의 체제의 성립 과정에서 경제 체계의 변천과 발달 과정을 기술하고, 특히 근대 부분에서 경제적인 요인 때문에 국가 내부에 끼치는 영향(반란, 내분)과 국가 외부에 미치는 영향(전쟁, 진출, 이민)의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기술한 점 등이다미국이 19C 말과 20C 초에 걸쳐, 대서양과 태평양을 아우르는 해양 강국으로 성장하게 된 동인을 19C 남북전쟁 이후 소멸되어 버린 서부 개척의 프론티어 정신을 미국을 벗어나 확장시킨 해양 전략의 수립이라고 분석한 점이다.

개인적으로 실망한 부분도 몇 가지가 있다: 첫 째, BC 3C 중국 진나라의 만리장성 지도가 한반도와 요동반도의 경계지역까지 이어져 있는 부분이다. 이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왜냐하면 요동반도는 산이 없는 평야 지대이기 때문에 성곽을 쌓을 수도 없고 현존하는 발견된 성곽 터도 없다. 둘 째, 19C 근대 동아시아 열강 침략 시대에서 중국, 한국, 일본에 대한 부분이다. 중국은 근대 문명의 세계화에 뒤떨어졌기 때문에 세계 열강들로부터 침략(?)을 당해도 당연하다는 식의 기술과 한국은 아예 언급도 없이 원래부터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의 식민지가 자연스럽게 된 것으로 기술하고 중국 점령을 목적으로 일본이 일으킨 중국 침략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 점은, 저자가 객관적인 역사가의 관점을 잃은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까웠다. 왜냐하면, 일본이 왜 조선을 강제 합병하고 중국을 침공하려 했는 지와 그에 대한 반성(?)이 전혀 명백하게 기술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소극적인 형태의 역사 기술 방식은, 19C 당시의 시대적인 흐름인 제국 열강들의 침략 기조에 일본도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에 결국은 일본은 죄가 없다라는 극우파의 적극적인 침략 부정견해와 결론적으로 동조되는 편파적인 기술 내용이라 안타까운 부분이다.

몇 가지 단점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볼 때, 각 대륙 별로 다루는 분량과 비중 면에서 그리고 역사 서술 관점에서 적절히 균형 잡힌 매우 훌륭한 세계사 개론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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