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히하우젠 남작의 모험
루돌프 에리히 라스페 지음, 염정용 옮김 / 로그아웃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매우 독특한 책이다. 일종의 팩션 유머 꽁트라고 분류하는 것이 나을 듯 하다. 비록 제목은 모험담이지만 실상은 허구적인 상상의 여행기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실존 인물과 실제 역사적 사건을 언급한다. 실존 인물의 이름에서 따서 주인공의 이름을 뮌히하우젠 남작으로 등장시켜 남작으로 하여금 자신이 겪었던 여행담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북극과 남극, 아프리카, 태평양, 인도 등 세계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겪는 황당무게한 에피소드는 현재 시점에서 본다면, 디즈니 만화나 영화에 나올 법한 허무맹랑한 스토리이다(실제 1989년에 영화화되기도 했다): 실론 섬에서의 악어 사냥, 러시아 눈 기행과 여우 사냥, 총알 대신 발사한 먹다 뱉은 버찌 씨가 사슴 뿔 사이에 박혀서 그 자리에 버찌 나무가 자라났다는 식이다. 심지어 터키산 콩나무를 타고 달나라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두번째 달나라에 갈 때는 남태평양까지 배를 타고 나가서 허리케인을 만나 도달하기도 한다.

다수의 익명의 저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영국인 입장에서 유머를 구사한다. 예를 들면 프랑스 군대의 대포나 함선을 파괴하여 곤경에 빠뜨리고 영국군 포로들을 무사히 구출한다든지, 프랑스군의 작전을 훼방 놓는 식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18세기 중반에 발생했던 사회적 사건을 이야기 안에서 언급함으로써 당시의 사회적 인식이나 가치관을 풍자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지브롤터 요새 포위 공격 사건(1779~1783), 윈저성 보초 존 하트필드 사건(1690), 최초 열기구 여행 성공과 영국 의사 협회 의장 선출(1782) 등이다. 흥미로운 점은, 아무래도 18세기 초반에 걸리버 여행기(조나단 스위프트, 1726)’ 같은 모험 소설이 이미 출간되어 인기를 끌었었기 때문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주인공과 거인국 이름을 그대로 소설 안에 등장시키고 있다. , 특이한 점으로는 당시(18세기 중반 이후)로서는 첨단 과학과 기술의 산물인 열기구와 풍선, 망원경, 캘빈 총 등이 주요 소품으로 등장한다.

역자가 밝힌 대로, 이 책에 대한 논란이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저자에 관한 문제. 크게 2가지 판본이 존재한다: 독일인 루돌프 라스페가 1785년에 발표한 버전과, 1788년 역시 독일인 고프리드 뷔르거가 라스페 버전의 책을 확장, 편집하여 발표한 버전. 2가지 버전이 공통적으로 뮌히하우젠 남작을 주인공으로 삼아 에피소드를 전개하지만, 영국과 독일 위주의 관점에서 각기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라스페 버전의 경우, 저자가 라스페 1인의 단독 저자가 아니라 판본 차수를 개정할 때마다 참여한 다수의 익명의 저자의 작업의 결과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 이유는 2부와 속편의 내용에서 영국 중심의 정서에 맞게 내용이 전개되는 것이 근거로 볼 수 있을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사냥이나 전쟁에서 일어나는 살생 같은 사건은 거북한 소재일 수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저 콩트에 사용되는 소재처럼 주인공이 활동하는 하나의 배경이 되어 유쾌하게 소비된다. 모험담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예상을 깨뜨리는 이야기 전개는 반전을 일으키며 독자로 하여금 당황하게 만들어 웃음을 유발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수준의 어린이에게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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