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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 린드그렌 탄생 110주년 기념 개정판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잉리드 방 니만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5월
평점 :
이 책은 스웨덴의 아동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 1907~2002)의 ‘삐삐’ 시리즈 3부작 중의 첫 번째 책으로서, 주인공인 9세 말괄량이 소녀 삐삐 롱스타킹이 혼자서 뒤죽박죽 별장(빌라 빌라 콜라)으로 이사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삐삐는 선장인 아빠로부터 선물받은 원숭이 닐슨씨와 이사온 첫날 금화를 주고 구입한 말 한마리, 그리고 이웃집에 사는 토미와 아니카 세테르그렌 남매와 함께 단짝 친구가 되어 즐거운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주근깨 투성이에 빨강 머리 삐삐는 엄마를 일찍 여의고 아빠와도 헤어져 외로이 살아가게 되었지만, 말 한 마리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올릴 정도로 웬만한 어른보다 힘이 세고, 혼자서도
청소와 요리도 한다. 비록 학교에 다니지 않지만 나쁜 어른들의 꾀임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똑똑하다. 삐삐는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만, 듣는
사람들은 황당한 거짓말인걸 알면서도 악의가 없다는 걸 깨닫고 오히려 유쾌해 한다. 또한 삐삐의 성격은
낙천적이라서 어려운 일을 당했어도 좌절하여 낙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유머를 통해 긍정적인 측면으로
생각을 달리하여 오히려 씩씩하게 곤란함을 극복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삐삐의 정의롭고 용감한 성격은, 집단 괴롭힘을 받는 아이를 구해주고 괴롭히는 아이들을 혼내주며, 불이
난 집에 갇힌 어린 형제 아이들을 구출해내는 데서 충분히 드러난다. 혼자 지내기에 외로워할 새도 없이
삐삐는 단짝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지낸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면, 삐삐는
부모와 함께 지내지 않고 혼자 살기 때문에 걱정스러워서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고아원이나 보육원 시설에 보내고 싶어하고, 학교에 다니게끔 하고 싶어한다. 무엇보다, 어른들의 건네는 조언과 관심이나 기대하는 사회적 예의 규범을 삐삐가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에 정면으로 부정하거나
거절하는 반응에, 어른들은 삐삐를 ‘반항하는 아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며 곤혹스러워 한다. 하지만, 어린 아이의 관점에서 보면, ‘어린이는 어른보다 힘이 약한 존재이고
학교에 가야하며 무조건 어른들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어른처럼
힘이 세고 돈도 많아서 좋아하는 장난감과 과자를 실컷 사서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자유로운 영웅과도 같은 존재로 간주하고 받아들일 수 도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삐삐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마치 삐삐가 혼자서도 그랬던 것처럼, 어린이 스스로가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용감하고 씩씩하게 자기 일을 끝까지 실행해 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유익한 교훈을 주는 훌륭한 동화이다. 나머지 다른 시리즈 책도 기대가 된다.
개인적으로 ‘삐삐’를 소설보다 TV드라마를
통해 먼저 접했었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음성지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삐삐의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상상하며 몰입하여 읽을 수 있어서 매우 즐거웠다.
물론, 책을 읽고 나서, TV드라마를 다시 시청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 봤던 삐삐의 모습과 명랑한 행동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즐겁고 유쾌했다. 삐삐가 보여주는 용기와 모험심은 정말 어린이에게 너무나도 적합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덤으로, 촬영 당시 삐삐 나이 또래인 딱 10살이었던 TV드라마 속 주인공 배우들의 변해버린 현재 모습도 인터넷에서
찾아서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