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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보일 때까지 걷기 - 그녀의 미국 3대 트레일 종주 다이어리
크리스티네 튀르머 지음, 이지혜 옮김 / 살림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어디까지 걸어 봤니?’ 어딘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TV속 항공사 CF가 연상되는 문구이다. 소위 걷는걸 좋아하는 도보여행자들 중에, 특히 전세계 장거리 도보여행자들에게는
일생의 버킷 리스트 안에 들어가는 트레일 코스가 미국에 3군데가 있다.
이 책은 미국의 3대 장거리 도보여행 코스를 종주한 기록을 담은 종주여행기이다.
이 책의 저자는 평범한 회계전문 회사원 생활을 하다가 친한
지인에게 닥친 갑작스런 뇌졸증 발병을 목격하고 우연히 장거리 도보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3개의 장거리
여행 코스 4,277km, 4,200~5,000km, 3,508km, 합쳐서 12,000km 의 거리를 각각 155일, 154 일, 152일, 총
461일의 1년 5개월이
넘는 시간에 걸쳐 완주했다. 건장한 성인 남자에게도 쉽지 않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험난한 도전을
시작한 시점이 저자의 나이 36살이었다(참으로 대단한 용기이다).
이 책의 장점은 도보 여행기를 기술하면서도, 도보 여행 세계의 용어나 고급 여행 팁 정보라든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나라에서 몰려든 도보여행자들과의 대화나 행동 속에서 나타나는 문화 차이를 친절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전문 도보여행자들만이 느끼는 독특한 경험과 성취감, 상실감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무엇보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울림은 저자가 도보 여행 중에 겪게 되는 체험과 문득 마주하게 되는 자신과
자기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 등을 통해 깨닫게 되는 단순하면서도 인류
보편적인 진리와 삶의 지혜를 생생하게 전해준다는 점이다.
이 책은 3개의
코스를 종주한 기록을 담고 있는데, 마치 3개의 인생을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걷는다는 행위 자체가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행위이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걷게 되면, 그 목적을 방해하는 요소들의
등장을 경계하고 최대한 제거하는 방향으로 행동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각 코스마다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만남, 남녀차별, 남성우월주의, 전우애, 사랑, 이별, 우연히
벌어지는 사건 사고 등등.
오랜만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칫 자아성찰로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여행기처럼 지루할 법도 한데, 전체적인
구성을 잘 배치하고 긴장감 있는 이야기의 전개와 멋진 풍경의 묘사가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상쾌한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